
‘한국기행’ 풍문으로 들었소

6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 ‘풍문으로 들었소’ 편에서는 빠르게 사라지는 유행 대신 사람의 삶에 오래 남은 소문을 따라가는 여정이 공개된다.
SNS를 타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 어제의 열풍이 오늘은 금세 사라지는 시대가 됐다. EBS1 ‘한국기행’은 이런 급변의 흐름 속에서 세대와 취향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짜 풍문을 찾아 나선다.
빠르게 소비되는 유행을 무작정 따라가는 대신 느린 발걸음으로 그 안쪽을 들여다본다. 소문은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화제는 누군가의 삶으로 들어가며, 이번 여정은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곳보다 오래 남는 삶의 결을 따라간다.
1부. 구름 위에 삽니다 – 6월 1일 (월)


경상남도 밀양 운문산은 구름도 바람도 쉬어간다는 말이 전해지는 산이다. 등산객이라면 무조건 들를 수밖에 없다는 해발 1,000m 산길 위에는 구름 위에 사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지수 스님이 있다.
가파른 바윗길을 따라 힘겹게 도착한 곳은 구름 위 암자라는 이름을 가진 상운암이다. 이곳에서 지수 스님은 세상과 멀리 떨어진 자연인처럼 지내며, 산의 속도와 자신의 마음을 맞추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행자 시절 처음 상운암을 알게 된 스님은 그때부터 이곳에 마음을 빼앗겼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스님은 20년 전 다시 상운암을 찾아와 산중 생활을 선택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암자에서는 태양광으로 필요한 전기를 대신한다. 수도가 없기 때문에 물도 샘에서 길어 써야 하지만, 스님은 그런 불편함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더 크게 받아들인다.
일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지수 스님은 운문산 곳곳을 제 집 마당처럼 누빈다. 숨은 절경을 소개하고, 자신만의 명당을 보여주며, 산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 느끼는 평온을 전한다.
빠른 세상 대신 마음의 속도를 따라 살기 위해 스님은 오늘도 암자에서 수행을 이어간다. 구름 위 상운암에서 지수 스님과 함께 걷는 시간은 우리 마음의 속도까지 천천히 되돌아보게 만든다.
2부. 500년 막걸리 – 6월 2일 (화)


태백산맥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부산 금정산에는 500년 동안 떠돌아온 풍문이 남아 있다. 그 풍문을 따라 찾아간 곳은 산성마을이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막걸리다.
조선시대 금정산성을 축조하며 동원된 인부들에게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술이 바로 이 막걸리다. 힘든 노동 뒤에 마시던 술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고, 그 맛은 세월을 지나 지금까지 이어졌다.
산성마을은 해발 400m 분지에 자리해 농사짓기 어려운 환경을 품고 있다. 주민들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집마다 술을 빚었고, 막걸리는 이 마을의 생계이자 전통이 됐다.
쌀이 귀해 금주령까지 내려졌던 시절에도 그 명성만큼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막걸리는 대통령의 입맛까지 사로잡았고, 우리나라 민속주 1호로 불리며 깊은 시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막걸리의 깊고 진한 맛을 만드는 비결은 산성마을만의 특별한 누룩이다. 다른 막걸리와 달리 발로 꾹꾹 밟는 전통 방식으로 누룩을 빚고, 곰팡이가 잘 피도록 정성을 들인 과정이 맛의 바탕이 된다.
유청길 명인은 이 마을에서 15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아들까지 16대째 그 길을 걷고 있어, 막걸리 한 잔 안에는 한 집안의 세월과 마을의 기억이 함께 담긴다.
오백 년 깊은 시간을 품은 금정산성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산성마을 사람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지켜온 삶의 방식이고, 오늘까지 이어지는 오래된 풍문의 맛이다.
3부. 오래된 것이 핫하다 – 6월 3일 (수)


서울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가운데 하나가 답십리 고미술 상가다. 한때 조용했던 골동품 골목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오래된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고요했던 골목에 변화의 바람이 분 이유는 우리 옛것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골동품 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섰기 때문이다. 낡은 물건이 먼지 쌓인 장식이 아니라, 오늘의 취향으로 다시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를 누구보다 반기는 사람들은 26년째 답십리를 지켜온 정영섭·장옥순 씨 부부다. 두 사람은 오래된 물건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골동품 일이지만 부부에게 이 일은 어느새 삶의 중심이 됐다. 돈이 되는 물건보다 마음이 끌리는 골동품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까지 발품을 팔며 답십리를 지켜왔다.
손님들이 단순히 물건만 사고 가는 것을 부부는 바라지 않는다. 우리 전통을 직접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백 년 된 찻잔에 차를 내려주고, 각 물건에 숨은 이야기를 풀어주며, 손수 만든 누빔 공예품까지 선보인다.
각 물건이 품은 시간과 부부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이곳은 단순한 가게를 넘어 살아있는 박물관이 된다. 꿋꿋하게 답십리를 지켜온 부부의 보물 창고에서는 오래된 것이 왜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지 확인할 수 있다.
4부. 호캉스 말고 마을 호텔 – 6월 4일 (목)


목포 무안동에는 세상에 하나뿐인 호텔이 있다. 건물 한 채가 호텔이 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이 되는 특별한 공간으로, 배우 안홍진이 그 마을 호텔을 찾아간다.
세계를 떠돌다 목포에 정착한 홍동우 씨는 누구라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고향 같은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 마음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힘을 합쳤고, 골목과 가게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며 마을은 하나의 호텔로 변신했다.
마을 호텔리어 홍동우 씨와 함께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길이다. 숙박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골목을 걷고 사람을 만나며 마을의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이곳의 매력이다.
홍동우 씨는 일제강점기 흔적이 남은 적산가옥 골목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톡 쏘는 홍어삼합을 맛보고, 80년대 골목 풍경 속에 살아온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목포의 시간과 사람을 함께 만난다.
사랑방 같은 떡집에 들어서면 따뜻하게 반겨주는 할머니 한 분이 있다. 무려 92세 바리스타인 할머니가 직접 내려주는 구수한 커피 한 잔과 커피보다 진한 입담은 여행자의 시간을 천천히 붙잡는다.
외국인 알렌은 목포를 사랑해 이곳에 정착했다. 그의 공연까지 즐기고 나면 골목과 음식, 커피와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다음 날에는 유달산 산책과 요트까지 이어진다. 목포의 산과 바다를 온몸으로 느끼며, 여행자는 건물에 머무는 호캉스와 다른 방식의 쉼을 경험한다.
이제는 건물에 머무는 호캉스 대신 사람 냄새 가득 풍기는 마을 호텔로 떠난다. 목포 무안동에서 만나는 마을 호텔은 여행이 결국 장소보다 사람을 기억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5부. 한탄강 쏘가리 – 6월 5일 (금)


경기도 연천 산골 깊은 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 소문을 따라 찾아간 곳은 한 매운탕 집이고, 이곳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주인공은 민물고기의 제왕이라 불리는 쏘가리다.
소문의 주인공은 주인이 직접 잡은 쏘가리를 넣어 끓인 매운탕이다. 직접 잡은 고기라 맛이 더 특별하고, 강에서 올라온 신선함과 오랜 손맛이 더해져 이 집의 매운탕은 사람들을 다시 부른다.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물목인 아우라지에서 어부 신용선 씨는 매일 새벽 고기를 잡는다. 강물이 만나는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삶은 한탄강과 떼어놓을 수 없다.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큰 사고로 손을 다친 신용선 씨에게 한탄강은 고된 삶을 버티게 해준 축복의 강이나 다름없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강은 그에게 살아갈 길을 열어줬고, 그는 그 물길을 붙잡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묵묵히 곁을 지켜온 아내 박정숙 씨는 남편이 잡아 온 고기에 정성껏 양념을 더해 칼칼한 매운탕을 끓여 왔다. 남편의 새벽 강물과 아내의 부엌 시간이 만나 이 집의 맛을 만들었다.
힘든 세월이었지만 부부는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 덕분에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맛집이 됐고, 이제는 아들 부부가 그 맛을 이어가고 있으니 이보다 행복한 노후가 또 있을까.
얼큰한 매운탕처럼 맵고도 진한 부부의 인생 이야기가 한탄강 물길 위에서 펼쳐진다. 쏘가리 한 그릇 안에는 강을 버팀목 삼아 살아온 부부의 세월과 가족이 이어가는 맛이 함께 담겨 있다.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풍문은 결국 사람의 삶을 따라간다. 빠른 유행보다 오래 남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까?
소문을 이야기로, 화제를 삶으로 들여다보는 여정은 6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평일 밤 9시 35분에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 ‘풍문으로 들었소’ 편에서 공개된다.
출처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