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에 방송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59회 ‘끝인 줄 알았지’ 특집에서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지나 다시 자신의 길을 만든 임종순, 이준서, 민애니, 이정은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73세 임종순, 대통령 경호원에서 윙슈터로

73세 임종순은 기네스 세계 신기록 ‘최고령 윙슈트 플라이어’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카이다이빙 2,375회와 윙슈팅 365회를 기록했으며, 4,000m 상공에서 시속 200km에 이르는 속도로 하늘을 가르는 윙슈트 비행 현장도 공개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 도전을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지만, 임종순이 하늘에 오르기 전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23년 동안 다섯 명의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경호한 청와대 경호원 출신이다.
UDT 출신인 임종순은 미국 해군 폭발물 처리 과정 유학과 네이비 씰 교육을 수료한 뒤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했다. 대통령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던 만큼 한순간도 긴장을 놓기 어려웠던 경호 현장의 경험과 5년 전 기밀 해제된 관련 이야기를 직접 풀어놓는다.
1990년 한·소 정상회담에서는 소련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던 상황도 있었다. 80개국이 참여한 뉴욕 다자회의에서는 각국 경호 인력이 한꺼번에 움직이며 이른바 ‘엘리베이터 쟁탈전’까지 벌어졌고, 임종순은 당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생하게 전한다.
수십 년 동안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땅 위를 뛰었던 그는 이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하늘을 난다. 스카이다이빙과 윙슈팅을 합쳐 수천 차례 하늘에 몸을 맡긴 끝에 세계 최고령 윙슈트 플라이어라는 새로운 기록까지 바라보게 됐다.
이준서, 9년간 이어진 알코올 중독과 단주

간과 담낭, 췌장을 다루는 간담췌외과 의사 이준서는 술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학 지식과 별개로 자신 역시 심각한 알코올 중독을 경험했고, 무려 9년 동안 술과 싸워야 했다.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술과 가까워졌다는 이준서는 전임의 시절 극심한 번아웃을 겪은 뒤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고 털어놓는다.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던 술이 혼술로 바뀌면서 음주 문제도 점점 깊어졌다.
상태가 심각해진 뒤에는 술을 마신 다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응급실에 누워 있었던 적도 있었다. 의사인 자신조차 음주를 통제하기 어려웠다는 경험은 알코올 중독이 의지의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술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았다. 결국 아들을 감정적으로 혼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일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그 순간부터 술을 완전히 끊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준서는 술을 ‘해로운 애인’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설명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찾지만 결국 자신과 가족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 표현으로, 애주가와 중독자를 어디에서 구분해야 하는지 자신의 경험과 의학적 시선으로 들려준다.
회복 과정 역시 숨기지 않는다. 술을 끊겠다는 결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유혹과 실패를 견디며 생활 자체를 바꿔야 했던 9년의 시간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이야기한다.
이준서의 이야기를 듣던 유재석은 “저도 예전에 흡연을 했다가 끊은 지 20년 됐다”며 자신의 경험을 꺼낸다. 서로 대상은 달랐지만 익숙해진 습관을 끊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85세 민애니, 다시 시작된 순정만화 인생

올해 85세인 1세대 순정만화가 민애니는 최근 BTS, 블랙핑크, 아이브, 리센느 등 아이돌을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그리며 새로운 세대의 팬들과 만나고 있다. 오랜 세월 만화를 그려온 작가가 요즘 아이돌을 자신의 그림체로 표현한다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아이돌 그림을 시작한 것은 딸의 권유 때문이었다. 유튜브에 그림을 올려보라는 말을 듣고 처음 선택한 인물이 BTS 지민이었고, 그의 모습을 순정만화풍으로 그린 그림이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작업이 이어졌다.
작업 방식은 여전히 종이와 펜이다. 디지털 장비보다 오랜 시간 손에 익은 도구로 인물을 그려내는 민애니의 그림을 본 유재석은 “진짜 살아있는 것 같다”며 감탄한다.
이번에는 유재석도 민애니의 펜 끝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커다란 눈과 화려한 선이 특징인 순정만화 그림체가 더해지며 유재석은 이른바 ‘로판(로맨스 판타지) 남주’로 변신한다.
민애니가 만화가의 꿈을 품기 시작한 시기는 6·25 전쟁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홉 살의 나이에 피난길에 올라야 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스물한 살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 데뷔했다.
당시 국내 순정만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눈망울과 화려한 그림체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작품이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만화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찾아왔고, 한때 문하생 17명과 한집에서 함께 지낼 정도였다.
민애니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매일이 일일연속극 같았다”고 회상한다. ‘달려라 하니’의 이진주 작가 역시 문하생으로 인연을 맺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지만 만화가로서의 길이 계속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엄격한 만화 검열이 이어진 시대를 통과했고, 일본 순정만화가 대거 들어오면서 국내 만화 시장이 크게 변하는 과정도 지켜봐야 했다.
결국 시대의 변화 속에서 한동안 펜을 내려놓았지만 그림과 완전히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특별한 애국심과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소녀 같은 마음을 간직한 채, 85세가 된 지금 다시 새로운 인물을 그리며 독자와 만나고 있다.
이정은, 29년 무명 끝에 찾아온 50대 전성기

36년 차 배우 이정은은 오래 준비한 끝에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20대에는 무대 뒤에서 일했고, 30대에는 빚에 시달렸으며, 40대에는 작은 역할을 맡다가 50대가 돼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됐다.
공식 예고에서는 그가 약 29년의 무명 시절을 지나 전성기에 도달한 과정이 소개된다. 최근 영화 ‘경주기행’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의 모습만 보면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긴 시간이 그 앞에 있었다.
배우의 꿈을 품게 된 계기에는 홍콩 배우 주윤발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주윤발을 보며 배우를 꿈꿨고, 이후 여러 극단을 오가며 연기를 배우는 동시에 무대 뒤 소품팀과 총무팀에서도 일했다.
배우로서 무대 위에 안정적으로 서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했다. 뮤지컬 ‘빨래’를 만나면서 비로소 배우로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도 생활과 연기를 함께 버텨야 했다.
경제적인 위기는 직접 극단을 만들면서 더 커졌다. 이정은은 2003년 극단을 만들어 두 작품을 올렸지만 두 작품 모두 실패했고, 결국 약 5천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고 밝힌다.
당시 우현, 신하균, 지진희 등 주변 배우들에게 돈을 빌려야 할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 돈을 갚는 데는 무려 13년이 걸렸고, 이정은은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 연기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을 가리지 않았다.
녹즙을 배달했고 간장을 팔았으며 호텔에서도 일했다. 마트 판매 현장에서는 판매왕으로 불릴 만큼 적극적으로 일했고, 배우 생활과 생계를 동시에 이어가며 조금씩 빚을 갚아나갔다.
연기 코칭도 생계를 위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지진희와 이효리의 연기를 지도했고, 이효리가 2005년 드라마 ‘세잎클로버’에 출연하던 시절에도 연기 코칭을 맡았던 이야기가 공개된다.
오랜 무명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은 40대였다. 김희원의 권유를 계기로 TV와 영화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고, 이후 작품마다 다른 인물을 보여주며 점차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을 비롯해 ‘눈이 부시게’, ‘기생충’, ‘동백꽃 필 무렵’ 등이 이어졌다. 단역과 조연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배우가 50대가 돼 국내를 넘어 해외 관객에게까지 알려지는 전성기를 맞았다.
봉준호 감독과의 첫 인연도 돌아본다. ‘옥자’에서 목소리 연기를 준비할 때는 실제 유기농 돼지 농장을 찾아가 직접 관찰하고 연구할 정도로 역할을 구체적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전성기를 맞았다고 고민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정은은 “작년에 슬럼프가 있었다”고 고백하며 자신에게 찾아왔던 뜻밖의 공백을 이야기한다.
19년 동안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낸 일이 큰 계기였다. 오랜 가족과 같았던 존재가 사라지자 “인생이 뭘까, 죽음이 뭘까”라는 생각이 깊어졌고, 결국 약 10개월 동안 일을 쉬며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고 한다.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영화 ‘경주기행’에서도 이정은과 모녀로 만난 공효진의 인터뷰도 공개된다. 공효진은 힘들어하던 이정은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기억과 함께 “엄마의 전성기를 제가 같이 누렸죠”라며 특별한 마음을 전한다.
36년 동안 멈추지 않고 걸어온 이정은에게 전성기는 단순히 늦게 찾아온 성공만을 뜻하지 않는다. 빚과 생계, 오랜 무명, 역할을 준비한 시간, 다시 찾아온 슬럼프를 통과하며 배우로 계속 살아온 과정 전체가 지금의 이정은으로 이어졌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실제 끝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는 점은 임종순, 이준서, 민애니, 이정은 네 사람에게 공통으로 이어진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다시 시작하기 위해 붙잡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통령 경호원에서 윙슈터가 된 임종순, 술과 결별한 이준서, 다시 펜을 든 민애니, 긴 무명과 슬럼프를 지나 전성기를 맞은 이정은의 이야기는 9월 9일 수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59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