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공동 주택도 백 년 가옥 되나요?

‘건축탐구 집’ 공동 주택도 백 년 가옥 되나요?

닷뉴스임윤슬 기자

5월 12일에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 ‘공동 주택도 백 년 가옥 되나요?’ 편에서는 59년 된 1세대 주상복합 아파트와 1986년생 빌라를 고쳐 살아가는 두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됩니다.

대한민국 1세대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탐구 집’ 공동 주택도 백 년 가옥 되나요?

서울 중구 을지로에는 젊은 세대에게 ‘힙지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주목받는 거리 위에 1세대 주상복합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 위에 놓인 이곳은 59년이라는 시간을 품은 공동 주택입니다.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세운상가군의 일곱 번째 건축물 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1967년 당시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이 살았을 만큼 최고급 주거지로 꼽혔습니다.

아내 변재희 씨와 남편 권용식 씨는 전 세계를 돌며 빈티지 가구를 수집해온 부부입니다.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잘 아는 두 사람에게 이 집은 낡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쌓일수록 매력이 깊어지는 주거지였습니다.

인테리어 전문가로 활동했던 재희 씨와 순수미술을 전공한 용식 씨에게 집을 고치는 과정은 유물을 발굴하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외부에는 옛 방범창과 오래된 현관문이 남아 있지만, 내부는 부부의 감각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평균 아파트 층고를 넘어 보이는 높은 천장과 청록색 벽은 곳곳에 놓인 빈티지 가구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바닥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낸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해 따뜻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약 33제곱미터 규모의 공간이 넓어 보이는 비밀은 천장에 있었습니다. 원래 막혀 있던 천장을 털어내자 1m의 숨은 공간이 드러났고, 부부는 이를 활용해 매달린 철 구조물의 복층 침대를 만들었습니다.

공간 확보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스프링클러 관을 위로 올리기 위해 7층의 물을 모두 빼야 하는 대공사가 필요했지만, 높아진 천장고는 작은 집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아래층 침실은 세 칸으로 된 철제 미닫이 문을 활용해 외부와 차단하거나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화장실의 여닫이 문 역시 때로는 벽처럼 작동하며, 작은 공간 안에서도 분리와 연결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부부는 이곳에서 예술가들과 모임을 갖고, 다국적 지인들을 초대하며 하나의 살롱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를 철거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본 결과입니다.

1986년생 빌라의 부활

‘건축탐구 집’ 공동 주택도 백 년 가옥 되나요?

서울 서대문구에는 40년 된 빌라를 고쳐 사는 또 다른 부부가 있습니다. 같은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남편 서준혁 씨와 아내 최세진 씨는 원룸과 구축 아파트를 거쳐 자신들에게 맞는 집을 찾았습니다.

부부의 첫 집은 대학가 기차길 옆 원룸이었습니다. 하루에 다섯 번만 기차가 다닌다는 말을 믿고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소음 때문에 드럼 귀마개를 끼고 살아야 했습니다.

이후 대출을 모아 수도권 아파트를 매매했지만, 획일화된 평면 구조에서 인테리어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15평 내외이면서 전부 뜯어고칠 수 있는 구축을 찾아 나섰고, 5년 전 1억 5천만 원에 이 빌라를 계약했습니다.

외부계단이 있는 꼭대기 층의 집은 요즘 보기 힘든 경사지붕을 품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천장에 숨은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직접 천장을 뜯었고, 2.2m였던 평천장을 3.8m로 높였습니다.

거실 곳곳에는 설계자로서의 고민이 남아 있습니다. 높은 천장고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갓 없는 펜던트 조명을 달았고, 부엌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거실까지 받아들이기 위해 장지문을 설치했습니다.

전통 한옥 마루 깔기 방식인 우물마루 형식도 적용했습니다. 일반 마루보다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고, 거실과 이어지는 베란다 천장은 유리로 마감해 선룸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수납공간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이 집의 특징입니다. 부부는 과거에 있던 공간을 개조해 감춰진 수납을 만들었고, 1980년대 빌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내민창도 침실에 남겨두었습니다.

두 집은 오래된 공동 주택을 단순히 낡은 건물이 아니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콘크리트의 수명은 100년을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40년만 지나도 철거되는 집이 많은 만큼, 이번 이야기는 오래된 집의 가능성을 다시 묻게 합니다.

59년 된 주상복합 아파트와 1986년생 빌라의 변화는 5월 12일 화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 ‘공동 주택도 백 년 가옥 되나요?’ 편에서 공개됩니다.

출처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