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1521회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PD수첩 1521회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PD수첩 1521회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지난 8월 24일, 제주에서 한 여성이 실종 석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미란 씨였다. 최초 신고 당시 담당 경찰관은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고, 본인이 행적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신고 접수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가족들의 재신고로 수사가 다시 시작되면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담당 경찰관이 장 씨와 통화한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 22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에서 실종자 4명이 잇따라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해당 수사관이 임의 종결했던 실종 사건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오는 10월 2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고 일반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게 되는 D-31의 시점이다. 커져가는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 속에서 〈PD수첩〉은 경찰 수사의 현주소를 집중 취재했다.

장 씨는 실종 104일 만에 제주시 한림읍 일대에서 발견됐다. 사건 이후 경찰은 실종 사건 종결 결과를 형사과장급이 확인하도록 하는 절차를 우선 시행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종결 절차도 보완하기로 했다. 한 경찰관 개인의 허위 보고 문제가 실종 사건을 끝내는 내부 확인 절차 전체의 문제로 번진 배경이다.

9월 1일 방송되는 MBC ‘PD수첩’ 1521회에서는 수사권 확대를 앞둔 경찰 조직에서 반복된 부실 수사와 수사종결권 남용, 내부 감찰의 한계를 통해 신뢰 회복의 조건을 짚는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데이트 폭행범’이라는 낙인과 8개월의 억울한 옥살이

PD수첩 1521회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PD수첩 1521회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PD수첩 1521회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현직 경찰관 부친의 범죄 증거 은닉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PD수첩〉의 취재 결과 해당 사건을 수사한 광주 광산경찰서의 수사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8년 여자친구를 감금·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광주 데이트 폭력 1호 사건’ 피의자로 보도됐던 손솔빈 씨.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손 씨가 여자친구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해왔던 것.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전직 경찰서장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손 씨는 결백을 밝혀줄 현장 CCTV를 확인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폭언과 강압 조사를 이어갔다. 심지어 여자친구의 폭행을 피하려는 손 씨의 모습을 상대를 밀쳐 넘어뜨린 장면으로 수사보고서에 왜곡 기재하기도 했다.

이후 법원은 손 씨의 핵심 혐의를 무죄로 인정했으나 이미 8개월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뒤였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청 내사 조사 등을 통해 수사 과오가 확인됐음에도 관련 경찰들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통 속에 갇혀 있던 피해자의 목소리를 조명한다.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부실 수사와 외압 의혹도 경찰 조직의 신뢰 문제와 맞물린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수사팀장과 팀원 등 수사 관계자들의 혐의를 들여다봤고, 차량에서 발견된 증거물을 압수하지 않은 경위와 수사 정보 유출 여부 등 보고·지휘 체계 전반을 조사했다.

광산경찰서 신임 서장 역시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수사 절차의 공정성과 결과의 완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10월부터 수사 구조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사건 하나의 처리 결과보다 수사 과정이 국민에게 납득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버릴 테니까”… 뇌물과 맞바꾼 수사종결권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자체 사건 종결 건수가 대폭 늘어났다. 〈PD수첩〉은 경찰 개인에게 부여된 수사종결권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추적했다.

의정부경찰서 소속의 한 경찰관은 대출 사기 브로커 김OO 씨로부터 수억 원대의 뇌물을 받고 수사를 무마시켜준 혐의로 징역 6년에 벌금 약 2억 5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OO 씨(브로커)는 구속과 거래를 하는 거고, 나는 해고 위험을 감수하는 거야”, “돈 입금해 줘. 나한테 자신 있게 투자해 봐.”라며 금품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경찰관.

심지어 그는 브로커 김 씨에게 위장전입까지 권유하며 전국에 접수된 고소 사건들을 자신의 관할로 끌어와 ‘수사 중지’ 결정을 내렸다. 사건을 종결하거나 멈출 수 있는 권한이 담당자의 범죄와 결합했을 때 피해자가 그 이유조차 알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사례다.

수년간 수사가 제자리걸음이었던 이유를 알 리 만무한 피해자들. 〈PD수첩〉이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하기 전까지 담당 경찰관을 ‘좋은 사람’으로 믿고 있었다는 피해자 차철호 씨는 지금도 성치 않은 몸으로 6,200만 원에 달하는 빚을 갚아나가고 있었다.

수사권이 커질수록 사건을 끝내는 결정의 근거와 그 결정을 다시 들여다볼 통제 장치도 함께 중요해진다. 담당 경찰관의 판단만으로 피해자가 오랜 시간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구조라면 종결권 자체뿐 아니라 기록과 승인, 사후 검증 과정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비위 감사관 조사 나섰다 ‘좌천’… 30년 베테랑 수사관들의 호소

경찰 내부 비리를 감시해야 할 청문감사관 일행이 한밤중 편의점에서 음주 난동을 부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비위 사실을 인지한 형사와 수사과장은 CCTV를 확인하고 피해자 진술서를 확보하는 등 즉각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사건 인지 이틀 만에 내려진 지구대 순찰요원으로의 발령이었다. 뒤이어 수사 절차 위반과 내부결속저해행위를 이유로 정직 징계까지 내려졌다. 동료 경찰의 일탈을 덮고 넘어가지 않은 데 대한 ‘보복성 인사’이자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30년간 수사 외길을 걸어왔으나 하루아침에 좌천된 베테랑 수사관들은 ‘자정 불능의 조직이 어떻게 막강해진 수사 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내부 비위를 발견한 구성원이 불이익을 우려하게 된다면 감찰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자정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질문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자율적 선의나 내부 감찰에만 의존하는 방식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경고한다. 확대된 공권력을 투명하게 견제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독립경찰감시기구(IOPC)와 같이 강력한 실효성을 지닌 ‘독립적 외부 통제 기구’ 설치를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IOPC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경찰 민원 체계를 감독하며 경찰 접촉 뒤 사망이나 중상, 중대한 부패 의혹처럼 공공의 신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독립적으로 조사한다. 경찰과 정부로부터 독립해 판단하고, 조사 결과에서 얻은 교훈을 경찰 업무 개선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부터 수사 왜곡 논란, 뇌물과 맞바꾼 수사종결권, 내부 비위를 조사한 수사관들의 좌천 의혹까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더 커진 수사 권한을 시민이 신뢰하려면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잘못을 찾아내고 바로잡는 구조까지 믿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PD수첩 1521회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PD수첩 1521회 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경찰 수사의 과오와 수사종결권 남용, 내부 통제의 한계를 통해 신뢰 회복의 조건을 묻는 내용은 9월 1일 화요일 오후 10시 20분에 방송되는 MBC ‘PD수첩’ 1521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