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의 영화 <형사; 듀얼리스트)>(2005)와 <엠>(2007)의 조감독으로 활동했으며, 장편 연출작 <밍크코트>(2011)로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과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단편 (2003), 장편 <변신>(2010), <리뎀션송>(2014), <속물들>(2018) 등을 연출했다.
< 그녀에게 >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유능한 정치부 기사 상연은 쌍둥이 남매를 출산한다. 행복한 나날도 잠시, 둘째 지우가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은 뒤 상연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상연은 일을 그만두고 자녀를 돌보는 일에 몰두하지만 나아질 기미는 없다. 아이가 자랄 때마다 새롭게 닥치는 어려움에 상연과 가족 모두 지쳐 가지만 상연은 끝까지 지우가 나아지리란 희망을 놓지 않는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육체의 피로보다 힘겨운 건 주변의 냉담한 시선이다. 지우가 일반 학교에서 쫓겨날 상황에 놓이자 상연은 글을 통해 기자로서의 실력을 발휘해 억울한 상황을 알리고 부당함을 호소하려 한다. <그녀에게>는 전직 기자인 류승연 작가의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10여 년 넘게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어려움을 기록한 책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극화했다. 분명 일어나고 있는데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일들이 있다. 이상철 감독은 그 지점에 카메라를 비춰 여기 있다고 알려 준다.
<그녀에게>는 최근 화두에 오른 장애아의 양육, 교육 문제를 차분히 다룬다. 극 중 재화가 장애아의 부모가 되기 전엔 몰랐던 것처럼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세세하게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당사자의 힘겨운 시간을 찬찬히 따라가던 영화는 시스템의 허점과 무관심, 편견 어린 시선의 혹독함을 차례로 보여 주며 이해와 연민의 마음을 북돋는다. 어딘가 있을 장애아의 엄마, 수많은 ‘그녀들’에게 향하는 편지는 깊이 있는 통찰과 위안을 안긴다. (글: 송경원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
< 그녀에게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매사 계획한 대로 이루고야 마는 당차고 유능한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 오랜 기다림 끝에 쌍둥이 남매를 낳지만, 둘째 지우가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는다. 그때부터다. 상연은 더 이상 이전의 상연일 수 없고 모든 게 바뀌었다.
실제로 전직 기자이자 장애 아이를 둔 엄마의 자전적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그녀에게>는 1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장애가 있는 자식을 둔 부모와 그 가정이 겪게 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어려움을 다양한 일화로 풀어나간다.
특히 장애를 둘러싼 편견 어린 시선의 민낯, 시스템의 허점에 관해서라면, 지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화된다. ‘장애란 치료로 낫게 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는 영화 속 전언을 상연이 자기 삶으로 받아들이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켜켜이 쌓인다.
이윽고 그 시간은 영화 밖 시간과 얼마간 겹치고 공명하며 오랜 질문과 긴 여운으로 돌아올 것이다. (글: 정지혜 / 영화평론가)
< 그녀에게 >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10년 넘게 장애아이 엄마로 살고 있는 류승연 작가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원작으로 하는 이상철 감독의 최신작 〈그녀에게〉는 장애아이를 둔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비장애인들을 위한 영화다.
똑 부러지게 일 잘하는 정치부 기자였던 상연의 삶은 쌍둥이 동생 지우가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엄마 상연과 아들 지우의 삶은 매일매일이 악전고투, 고군분투다. <그녀에게>는 김재화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와 이상철 감독의 사려 깊은 연출을 바탕으로 이 모자의 전쟁과도 같은 일상을 담는다.
영화는 끊임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상연과 지우가 맞닥뜨리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시켜 주는 한편,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를 한 교실에서 함께 가르치는 통합교육과 2019년에 폐지된 장애등급제 문제 같은 정책적 문제도 함께 짚어간다.
장애아이를 가르치는 특수교육의 최종 목표는 장애아이를 세금 내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수교육은 복지의 영역이 아니라 교육의 영역이어야 하며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영화는 이 메시지를 아주 명확하게 담아내면서 영화-상연-한별로 이어지는 장애아이를 가진 엄마, ‘그녀들’의 연대의 가치와 중요성을 함께 역설한다. 영화가 끝나면 “장애란 치료로 낫게 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말을 곱씹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녀에게>는 한 가족의 시간을 따라가며 장애, 돌봄, 교육, 공동체가 맞물린 현실을 차분히 드러낸다. 상연과 지우의 이야기가 남기는 질문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책임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