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 인사이트 277회 잠항 : 냉전과 열전 사이

4월 30일에 방송되는 KBS1 ‘다큐 인사이트’ 277회 ‘잠항 : 냉전과 열전 사이’ 편에서는 억지의 균형이 흔들리는 열전의 시대 속에서 한국이 핵잠수함 카드를 통해 어떻게 생존을 모색할 것인지 조명하는 과정이 공개된다.
냉전 시대, 강력한 억지력으로 충돌을 막았던 핵잠수함


“잠수함은 보이지 않는 수중에서 가공할 위력의 미사일 무기 체계를 운용해,
적이 탐지하지 못하는 사이 불시에 공격할 수 있어요.
이 점은 상대의 행동을 제약하는 억제력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요즘의 전장에서 잠수함의 효과성이 더욱더 입증되고 있습니다.”
- 유지훈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핵잠수함은 원자력을 추진동력으로 삼는 잠수함이다. 수중에서 장기간 잠항하며 탐지를 피한 채 작전을 수행하고, 필요할 경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통해 전략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전력이다.
결국 핵잠수함은 전쟁을 억눌러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 자산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 핵전력의 약 70%가 잠수함에 탑재되어 있다.

냉전 시기, 핵잠수함은 직접적인 전투가 아닌 ‘억지력’으로 기능했다. 프랑스의 전략핵잠수함 ‘르 르두타블(Le Redoutable)’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잠수함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50배 위력을 가진 핵미사일 16발을 탑재하고, 원자로를 동력으로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했다.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강력한 미사일을 탑재함으로써, 상대가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프랑스는 최소 한 척 이상의 핵잠수함을 항상 바다 어딘가에 잠항시키는 전략을 유지했다.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언제든 반격이 가능하다는 ‘가능성’ 자체가 상대의 공격을 억제하는 압박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억지력은 냉전 시기 강대국 간 직접 충돌, 즉 열전으로의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
억지(抑止)의 균형을 넘어, 열전으로 번지는 세계

“미국의 잠수함이 이란 군함을 격침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잠수함 어뢰로 적 함정을 격침한 첫 사례입니다.”
- 피트 헤그세스 / 미국 전쟁부 장관 –
2026년 3월, 미국 펜타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미국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이란 해군 호위함이 격침됐다고 밝혔다. 핵잠수함이 억지력을 넘어 직접적인 공격에 나섰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은 이미 2025년 9월, 국방부에 ‘전쟁부(Department of War)’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군사 전략의 방향 변화를 드러낸 바 있다. 전쟁의 문턱이 낮아지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냉전(잠재적 전쟁 상태)이 아니라
분명한 열전(무력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겁니다”
- 존 미어샤이머 /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졌다. 국가 간 충돌을 억눌러 왔던 ‘억지의 균형’은 흔들리고 있고, 국제정세는 잠재적 긴장의 냉전 구도를 넘어 실제 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열전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냉전과 열전 사이, 핵잠수함이라는 선택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한국은 오랜 기간 자강의 필요성을 인식해왔다. 핵추진잠수함 역시 그 선택지 가운데 하나였다.
박정희 정부 시절 시작된 핵추진잠수함 구상은 노무현 정부의 ‘362사업’으로 이어지며 독자 개발 시도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핵연료 농축 문제를 둘러싼 민감성으로 인해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왔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구조를 지탱해온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협력 체제였다.

“여기 보시면 어떤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미국은 이 목록에 올라온 적이 없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안타깝게도 유엔은 폐지되겠죠”
- 로라 존슨 / 유엔 노동조합 집행위원 –

“제가 유엔에서 받은 건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와 프롬프터 이 두 가지입니다.
정말 감사하네요.”
-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그러나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협력과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유지되어 온 질서는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전제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안보의 책임은 점차 각 국가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핵잠수함은 그 흐름 속에서 다시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중견국의 생존법, 잠항

2025년 10월 29일. 전 세계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운용을 위한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용 의사를 밝혔다. 미 해군 전력 약화로 대중국 견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이 지역 안보를 일정 부분 분담하길 바라는 미국의 판단을 겨냥한 접근이었다.
나아가 조선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국은 미국 해군력 재건에 필요한 협력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업은 숙련된 인력과 공급망, 제도까지 결합된 생태계 산업입니다.
한국은 미국 조선업의 복원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동맹국입니다.”
-정우만 / HD현대중공업 관계자 –
해군력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 이를 뒷받침해온 미국 조선업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여 있다. 한때 414개의 조선소가 운영됐지만, 현재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2위 조선 강국인 한국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업과 해군력 복원을 도울 수 있는 현실적인 협력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견국인 한국에게 이는 자국의 강점을 지렛대로 국제 질서 속 역할을 확장할 기회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수백 미터 아래, 암흑 속에서 잠수함은 오직 소리를 탐지하는 ‘음탐 능력’으로 움직인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은 채, 상대가 남기는 미세한 신호를 먼저 읽어내는 것이다. 이처럼 드러나지 않은 채 움직이는 국제정세의 힘의 균형. 냉전과 열전 사이, 대한민국은 어떻게 잠항할 것인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중견국인 대한민국이 어떠한 잠항 전략으로 안보와 생존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대한민국의 치열한 생존법과 국제 질서 속 확장 가능성은 4월 30일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1 ‘다큐 인사이트’ 277회 ‘잠항 : 냉전과 열전 사이’ 편에서 공개된다.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