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한혜경, 불법 성형 15번 대수술… 4kg 이물질 제거하고 찾은 ‘진짜 얼굴’

‘꼬꼬무’ 한혜경, 불법 성형 15번 대수술… 4kg 이물질 제거하고 찾은 ‘진짜 얼굴’

닷뉴스임윤슬 기자
‘꼬꼬무’ 한혜경, 불법 성형 15번 대수술… 4kg 이물질 제거하고 찾은 ‘진짜 얼굴’

‘선풍기 아줌마’로 불리며 세상의 편견과 싸웠던 한혜경 씨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뜨거운 열정의 삶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1월 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206회에서는 ‘잃어버린 이름, 한혜경’이라는 부제로 ‘선풍기 아줌마’ 한혜경 씨의 굴곡진 인생사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는 이야기 친구로 배우 김희정, 배명진, 감독 방은진이 출연해 외모 지상주의의 그늘과 불법 성형의 폐해, 그리고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한 인간의 치열한 여정을 함께했다.

지난 2004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 앞으로 한 통의 충격적인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얼굴 크기가 일반 사람보다 무려 세 배 이상 큰 여성이 있다는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방송을 통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거대한 얼굴 크기 때문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선풍기 아줌마’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

당시 ‘선풍기 아줌마’ 편은 순간 최고 시청률 31%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슬픈 에피소드로 남았다. 무려 27년 동안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던 박소현은 “원래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도 그분의 이야기는 절대 잊히지 않는다”라며 “당시 받았던 충격이 너무나 컸다”라고 회상했다.

‘선풍기 아줌마’라는 별명 뒤에 가려진 그의 진짜 이름은 한혜경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깊은 속마음도 공개됐다. 어린 시절 남다른 미모로 동네에서 공주처럼 자랐던 그는 노래를 유난히 좋아해 가수를 꿈꿨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밤무대 무명 가수로 활동하며 꿈을 키웠고, 비록 작은 무대였지만 실력을 인정받으며 인기를 얻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에 설 때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위축되던 그는 외모를 바꾸면 인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됐다. 이는 곧 돌이킬 수 없는 성형 결심으로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한혜경 씨가 찾은 곳은 전문 성형외과가 아닌 불법 시술소였다. 1980년대 당시에는 불법 성형이 암암리에 만연했던 시대였기에 그는 너무나 쉽게 위험한 유혹에 빠져들었다. 반복되는 시술 속에 그는 성형 중독의 늪에 빠졌고, 아름다웠던 얼굴은 흉하게 변해버렸다. 결국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귀국한 딸의 모습에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가족들의 간절한 노력으로 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얼굴에서 다량의 실리콘을 제거했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환청에 시달리던 한혜경 씨가 스스로 얼굴에 파라핀 오일, 공업용 실리콘, 심지어 콩기름 등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을 주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굴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고, 근육 마비와 극심한 통증이 그를 덮쳤다. 결국 그는 거울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하며 세상과 단절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다. 한혜경 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매 순간을 후회했다고 고백했다. 리스너 배명진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사는 게 지옥 같았을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은 그를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어렵게 수술이 가능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정밀 검사 결과 한혜경 씨는 단순한 성형 중독이 아닌, 환청과 환각 증세가 동반된 심각한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얼굴을 되찾기 위한 수술은 무려 2년 9개월 동안 1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그동안 얼굴에서 제거해 낸 이물질의 무게만 무려 4kg에 달했다. SBS 제작진의 지속적인 도움으로 정신과 치료도 병행할 수 있었다. 힘겨운 수술과 치료를 견뎌내고 어렵게 일상을 되찾은 한혜경 씨는 평생의 꿈이었던 노래도 다시 시작했다. 한 봉사단을 통해 다시 무대에 설 기회를 얻은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행복을 노래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2018년, 한혜경 씨는 향년 57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유족의 뜻에 따라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생전 은행 까기 부업을 하며 재활 의지를 다지는 등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혜경 씨는 생전 “엄마, 나 다시 살게”라며 어머니의 임종 앞에서 삶의 의지를 다졌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은 가족들이 지키며 조용히 치러졌다.

과거 발레리나를 꿈꾸다 부상으로 좌절했던 경험이 있는 박소현은 “‘선풍기 아줌마’라는 이미지보다는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가수의 꿈을 꾸었던 인간 한혜경 씨의 스토리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라고 공감하며 “하늘나라에서는 꼭 자신의 이름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배명진은 “선풍기 아줌마라는 표현이 우스갯소리나 비하의 의미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방은진은 “사람은 누구나 때때로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다시 돌아가려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찾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라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지만, 끝까지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한혜경 씨의 삶에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사진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