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6일에 방송되는 KBS1 ‘생로병사의 비밀’ 1005회에서는 젓가락질과 글씨 쓰기, 걸음걸이처럼 일상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 뒤에 숨어 있는 경추척수증의 위험과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 공개된다.
젓가락으로 집은 반찬을 자꾸 떨어뜨리고 글씨를 쓰는데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걸을 때마다 발밑이 붕 뜨는 느낌이 들거나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손과 다리에서 서로 따로 생긴 문제처럼 보이지만 의외의 원인은 목 안을 지나는 척수에 있을 수 있다.
경추척수증은 목뼈 안의 척수가 압박되면서 손의 미세한 움직임과 다리의 균형 기능이 함께 떨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초기에 통증보다 젓가락질, 단추 채우기, 글씨 쓰기처럼 익숙한 손동작이 서툴러지거나 물건을 자꾸 떨어뜨리는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어 단순한 노화나 손의 문제로 넘기기 쉽다.
목 통증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기도 어렵다. 경추척수증은 목보다 손의 서툼과 균형 저하가 먼저 눈에 띄는 경우가 있고,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면 본인보다 가족이 걸음이나 손동작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기도 한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작은 변화가 진단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손과 발에서 시작된 이상 신호


테니스와 탁구를 즐기며 활기차게 살아온 김용옥(69) 씨도 처음에는 왼쪽 발바닥에 쥐가 나고 저리는 증상을 혈액순환 문제로 여겼다. 손까지 저리기 시작했을 때도 “목 디스크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 목 안에서 척수가 눌리고 있는 상태가 확인됐다.
발바닥에서 시작된 감각 이상이 손 저림으로 이어진 과정은 경추척수증이 한 부위의 통증만으로 드러나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목을 지나는 척수는 뇌와 팔·다리를 연결하는 신경 통로이기 때문에 압박이 진행되면 손의 기능 저하와 보행 이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김항무(75) 씨에게 나타난 시작은 더 사소했다. 반찬통 뚜껑이 잘 열리지 않았고 젓가락질도 예전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30년 넘게 이어온 테니스에서도 손의 기능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결국 라켓을 내려놓게 됐다.
MRI에서 발견된 것은 상부 경추의 척수 압박이었다. 경추척수증은 손의 세밀한 동작이 둔해지는 증상이 비교적 이른 신호가 될 수 있고, 걸을 때 중심을 잡기 어렵거나 다리가 뻣뻣하고 무거워지는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 평소 잘하던 동작이 갑자기 서툴러졌다면 단순한 손 저림과 다른 신호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스크 뒤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원인


오랫동안 목 디스크와 거북목으로 치료받아 온 허현욱(52) 씨는 손 저림이 점점 심해졌고 한쪽 팔이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까치발을 들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변화까지 생기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목 디스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났다.
정밀검사에서 확인된 원인은 후종인대골화증이었다. 후종인대는 척추뼈 뒤쪽을 따라 이어지는 조직인데, 이 인대가 두꺼워지고 뼈처럼 굳어지면 척수가 지나가는 공간이 점점 좁아질 수 있다. 경추 부위에서 이런 변화가 척수를 압박하면 손 저림이나 근력 저하뿐 아니라 보행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초기 증상이 목 디스크와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다. 손과 팔의 저림만 보면 흔한 경추 질환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손놀림이 둔해지고 다리 힘과 균형까지 달라지기 시작하면 척수 압박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RI는 척수가 어느 부위에서 얼마나 눌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중요한 검사로 활용된다. 단순히 목이 아픈 정도보다 손의 미세운동과 보행 기능이 함께 변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경추척수증을 놓치지 않는 핵심 단서가 된다.
기다려도 될까, 지금 치료해야 할까?


공억식(70) 씨는 손에 힘이 빠지고 발바닥 감각까지 둔해졌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미뤘다. “다음에 하지, 다음에 하지”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경추척수증은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아들이었다. 아들도 같은 부위의 경추척수증으로 먼저 수술을 받은 뒤 회복 과정을 거쳤고,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본 공 씨는 더 늦기 전에 치료를 결정하게 됐다.
경추척수증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잃어버린 기능을 무조건 되돌린다고 장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진행되는 신경 손상을 막고 남아 있는 기능을 지키는 데 있다. 척수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는 압박을 풀어도 손과 발의 기능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증상의 정도와 영상검사 결과를 함께 놓고 치료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
수술 여부와 방법은 척수 압박의 위치와 범위, 신경학적 증상, 나이와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손의 미세동작이 계속 떨어지거나 보행장애가 진행되는 상태를 단순한 저림이나 노화로 여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남아 있는 신경 기능을 지키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나는, 혹은 내 가족은 지금 어느 시점에 서 있는 걸까. 젓가락을 자꾸 놓치고 글씨가 달라지며 걸음까지 예전과 달라졌다면 손과 다리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목에서 이어지는 척수의 신호까지 살펴봐야 한다.
손끝의 서툼과 보행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순간은 경추척수증이 보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익숙한 동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기 전에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할까?
손과 발에서 시작되는 경추척수증의 이상 신호와 후종인대골화증의 위험, 남은 신경 기능을 지키기 위한 치료 시점은 8월 26일 수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1 ‘생로병사의 비밀’ 1005회 ‘마비를 부르는 목 경추척수증’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