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가족 3130회 일개미 남편과 속 타는 아내

사랑의 가족 3130회 일개미 남편과 속 타는 아내

전북 김제시 성덕면 남포리에는 시각장애가 있어도 마을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먼저 움직이는 오윤택 씨(65)가 있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과 시각장애로 학업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던 그는 자신과 같은 아쉬움을 마을 아이들이 겪지 않도록 1984년 ‘남포 문고’를 만들었다.

1984년 시작한 남포 문고

오윤택 씨가 문고를 처음 연 이유는 아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작은 마을문고로 출발한 공간은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르신도 드나드는 곳으로 넓어졌고,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마을 도서관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넉넉한 시설을 갖춘 도서관이 아니었다. 주민과 주변에서 모은 책으로 문고를 꾸리고, 아이들이 공부할 자리를 마련하면서 한 권씩 책을 늘렸다. 이후 정보화 교육과 장학 활동, 마을 행사 같은 일도 이어지면서 남포 문고는 책을 빌리는 장소를 넘어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 됐다.

오 씨는 도서관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마을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직접 챙기고 사람들을 연결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홍반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자신이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오 씨가 오랫동안 놓지 않은 일이 됐다.

일개미 남편을 지켜보는 아내

일개미 남편을 지켜보는 아내

마을에서는 오 씨를 찾는 일이 많지만 아내 이은영 씨(67)의 입장은 다르다. 남편이 집보다 마을 일을 먼저 챙기는 날이 반복될수록 건강이 걱정되고, 쉬어야 할 때에도 일을 찾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잔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은영 씨 역시 남편이 왜 일을 놓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시각장애로 혼자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곁에서 도와주고, 도서관과 마을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필요한 손을 보태왔다. 남편에게 마을 일이 삶의 큰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서운함을 표현하면서도 결국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 움직인다.

두 사람의 생활은 남편이 마을 일을 벌이고 아내가 걱정하는 장면으로만 나뉘지 않는다. 윤택 씨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은영 씨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살피고, 건강을 챙기라고 말하면서도 끝내 남편이 하려는 일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력 악화에도 놓지 못하는 일

최근 윤택 씨에게는 일을 계속하는 것보다 건강을 먼저 살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과로가 이어진 가운데 시력이 더 나빠지고 통증까지 심해지면서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에게 일을 줄이고 몸을 돌보라는 조언을 듣는다.

문제는 윤택 씨가 자신의 일정을 쉽게 줄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고, 오랫동안 함께 일을 이어온 이웃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멈추면 누군가가 맡아야 할 일이 눈에 들어오는 만큼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다시 마을 일을 생각한다.

아내에게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익숙하다. 쉬라고 말해도 다시 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지켜보며 속을 태우지만, 결국 윤택 씨가 필요한 곳에는 은영 씨도 함께한다.

40여 년 동안 남포 문고와 마을 일을 이어온 윤택 씨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일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면서 계속할 방법을 찾는 일이다. 일을 놓지 못하는 남편과 그 곁에서 쉬어가라고 말하는 아내는 이번에는 어떤 답을 찾을까?

오윤택 씨와 이은영 씨 부부의 이야기는 8월 15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 KBS1 ‘사랑의 가족’ 3130회 ‘일개미 남편과 속 타는 아내’의 <아름다운 사람들>에서 방송된다.

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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