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8일에 방송된 tvN STORY ‘이호선 상담소’ 28회에서는 어머니가 원하는 아들이 되기 위해 자신을 눌러온 아들이 어린 시절부터 쌓인 상처와 가족 관계의 부담을 털어놓는 모습이 공개됐다.
‘딸 같은 아들’이 버거웠던 이유
아들은 “엄마가 원하는 아들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지쳐서 관계 자체가 부담스럽고 버겁다”고 말했다. 사촌 여동생과 이모가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 어머니가 자신에게도 ‘딸 같은 아들’을 기대했고, 그 요구를 맞추려 할수록 관계 자체가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어머니가 건넨 “살아 있을 때 잘하라”는 말도 아들에게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표현이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을 계속 안고 있었고, 가까워져야 한다는 요구가 오히려 가족에게 마음을 열기 어려운 이유로 쌓여갔다.
아들이 혼자 감정을 삼키는 방식은 성인이 된 뒤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가족에게 말하기보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스스로 버티는 쪽을 선택해 왔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닫은 마음
어린 시절 아들은 부모의 잦은 다툼과 가정폭력을 목격했다. 잔병치레가 많았던 자신 때문에 집안 형편까지 어려워졌다고 받아들이면서 죄책감도 품었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내 일은 알아서 하겠다”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
학교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학창 시절 내내 집단 괴롭힘을 당했지만 자신의 어려움까지 가족에게 얹으면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피해 사실과 고통을 혼자 삭였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도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도움을 구하는 방식과는 점점 멀어졌다.
이 과정에서 아들에게는 자신의 감정보다 가족의 상황을 먼저 살피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 전에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부터 하면서, 정작 자신의 고통은 뒤로 밀어둔 채 견뎌왔다.
물놀이 사고 뒤 남은 한마디
특히 어린 시절 냇가에서 벌어진 물놀이 사고는 아들에게 결정적인 상처로 남았다. 물살에 휩쓸린 아들을 두고 어머니가 먼저 물 밖으로 나왔고,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난 뒤 모자가 나눈 대화에서도 다시 언급됐다.
어머니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나도 수영을 못해 죽을 것 같아 나와서 구조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밖으로 빠져나와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고 당시 행동의 이유를 밝혔다.
문제는 이후 아들이 성장한 뒤 들은 말이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커서 대화할 때 ‘애는 또 낳으면 되니까 내가 살기 위해 나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밝혔고, 스튜디오에서는 충격이 이어졌다. 어린 시절 죽을 수도 있었던 순간에 대한 기억에 자신보다 어머니의 생존이 먼저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까지 더해진 셈이었다.
이호선 상담가는 이 대목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솔직함이 아이에게 큰 상처의 시작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고 자체뿐 아니라 훗날 그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들은 말까지 아들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고 짚었다.
자기 수용 1점, 완전히 소진된 아들
심리 검사에서도 아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며 살아왔는지가 수치로 드러났다. ‘반사회성’ 점수가 높게 나타난 가운데 ‘자율성’은 19점, ‘자기 수용’은 1점에 불과했다.
이호선 상담가는 “가족 내 소외가 깊고 남에게 다 퍼주느라 정작 자신은 없어 혼자 완전히 소진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다른 사람을 챙기는 데 익숙해진 반면 자신의 감정과 필요를 받아들이는 데는 극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재 상태를 짚은 것이다.
어머니의 검사 결과는 아들과 다른 방향을 보였다. 불안은 낮았고 사회적 민감성이 떨어져 다른 사람과 자식이 겪는 고통을 세밀하게 헤아리지 못하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모자가 같은 일을 겪고도 서로의 감정과 상황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던 이유가 검사에서도 드러났다.
그제야 어머니는 과거를 돌아봤다. 남편의 부재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신이 울고 있을 때 어린 아들이 늘 “엄마 딸 해줄게”라고 말하며 눈물을 닦아줬다며, 아들이 자신의 감정을 달래는 역할까지 맡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기보다 어머니의 눈물부터 닦아줘야 했다. 이호선 상담가는 “어릴 때부터 울면 안 됐기에 지금도 웃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웃는 표정 뒤에서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봤다.
아들이 겪어온 장면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데 자신의 병치레가 영향을 줬다고 여긴 죄책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가족에게 말하지 못했던 경험, 물놀이 사고 뒤에 들은 말, 어머니가 울 때마다 자신이 먼저 위로해야 했던 기억이 모두 혼자 견디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순간에는 자신의 감정을 멈추고 먼저 어머니를 달래는 행동이 몸에 밴 듯 반복됐다. 상담 도중 드러난 낮은 자기 수용과 완전히 소진됐다는 분석도 자신을 뒤로 미루고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겨온 흐름과 맞물렸다.
마지막 처방은 관계를 더 잘하라는 주문과 반대였다. 이호선 상담가는 아들에게 “3년간 엄마와 연락을 끊고 이기적으로 살며 마음을 회복하라”고 단호하게 조언했고, 어머니가 눈물을 터뜨리자 습관처럼 다시 엄마를 다독이려는 아들에게 “엄마를 만지지 말라”고 제지했다.
평생 자신보다 어머니의 감정을 먼저 살핀 아들에게 필요한 건 또 한 번 엄마를 달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었다. 눈물을 보자마자 다시 손을 내밀려 했던 아들은 이호선의 제지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먼저 놓는 선택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사진 : t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