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라는 이름으로 19년을 함께해 온 김도민과 성인호의 관계가 한여름 빗속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절기’ 캐릭터 포스터와 티저는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감춰온 두 사람의 감정을 보여준다.
한여름 빗속에 엇갈린 시선

한여름 비가 쏟아지는 공간에 김도민과 성인호가 나란히 서 있지만 시선은 같은 곳을 향하지 않는다. 가까운 거리와 엇갈린 눈길이 한 장면 안에서 대비되며, 오래 붙어 지낸 두 사람 사이에 이미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이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김도민의 포스터에는 “모른 척하면, 계속 친구일 수 있을 줄 알았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상대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지금의 관계가 달라질까 두려워 외면해 온 감정이 드러나고, 친구로 남고 싶은 마음과 이미 달라져 버린 마음 사이의 망설임이 짙게 남는다.
성인호의 포스터에는 “가장 오래 숨긴 마음이, 여름 끝에서 터졌다”라는 문구가 더해졌다. 자신의 감정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친구’라는 이름 뒤에 숨겨온 시간이 끝나고, 더는 감정을 감출 수 없는 순간이 가까워졌다는 점을 선명하게 예고한다.
관계를 지키려고 모른 척한 김도민과 관계를 잃을까 봐 마음을 숨긴 성인호는 같은 시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버텨왔다. 두 포스터는 누가 먼저 좋아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년 동안 유지된 관계가 고백 하나로 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서로 다른 표정으로 보여준다.
19년 우정을 흔든 질투


함께 공개된 캐릭터 티저는 포스터에 머물렀던 감정을 실제 대화와 행동으로 옮긴다. 19년을 함께한 상대가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친구이면서도 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이 쉽게 친구라는 이름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또렷해진다.
두 사람이 말하는 19년은 단순히 오래 알고 지낸 기간만 뜻하지 않는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줄곧 함께 지나온 시간이 쌓여 있어 서로를 가족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관계가 형성됐고, 한 사람의 감정이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까지의 일상을 흔드는 문제가 된다.
“난 너밖에 없다고”라는 성인호의 말에 김도민은 “난 아니거든?”이라고 맞서지만, 곧 “내가 죽을 때까지 네 옆에 있어줄게”라고 말한다. 말로는 선을 긋는 듯하면서도 평생 곁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내놓는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가 평범한 친구라는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만큼 깊게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전학생의 등장은 성인호가 눌러온 감정을 밖으로 끌어낸다. 태어날 때부터 곁에 있던 김도민을 당연한 존재처럼 여겨왔던 성인호는 다른 사람이 가까워지자 질투를 감추지 못하고, 급기야 “걔는 내 거야”라고 말하며 오랫동안 눌러둔 독점욕까지 드러낸다.
이 배경에서 전학생은 새로운 관계를 더하기보다 성인호가 감춰온 마음을 스스로 확인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 늘 곁에 있던 김도민에게 다른 사람이 다가오자 이전에는 친구라는 말로 눌러둘 수 있었던 감정이 질투와 소유욕으로 바뀌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특히 “19년 친구했으니까. 딱 19년만 연애해”라는 말은 친구라는 관계를 끝내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 시간만큼 사랑도 이어가고 싶다는 직진으로 읽힌다. 19년이라는 시간이 고백의 배경이 되면서 성인호의 감정은 순간적인 질투가 아니라 오래 쌓인 짝사랑이라는 점에 힘이 실린다.
포스터와 티저가 같은 감정을 다루는 방식도 다르다. 포스터에서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시선과 짧은 문구로 말하지 못한 시간을 보여주고, 티저에서는 그 침묵이 실제 대사와 행동으로 깨지는 과정을 이어 붙인다.
말과 행동에서도 차이가 선명하다. 김도민은 관계를 지키려는 말과 평생 곁에 있겠다는 약속을 동시에 내놓고, 성인호는 질투를 감추지 못한 끝에 연애를 직접 제안한다. 두 사람이 피하던 문제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면서 친구라는 이름 아래 유지되던 균형도 더는 이전과 같을 수 없게 된다.
친구의 선을 넘는 고백

김도민은 상대의 마음을 알고도 관계가 바뀌는 순간을 두려워해 외면하는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풀어낸다. 모르는 마음을 깨닫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감정을 인정해야 하는 인물이기에, 익숙한 관계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상대를 놓을 수 없는 마음을 함께 표현한다.
성인호는 다정한 소꿉친구의 얼굴에서 질투와 독점욕을 숨기지 않는 모습으로 넘어가며 친구라는 선을 직접 넘기 시작하는 극적인 감정 변화를 표현한다. 오랜 짝사랑을 숨기는 동안 유지했던 편안한 태도가 전학생의 등장과 고백을 거치며 달라지고, 결국 마음을 감추는 대신 관계를 바꾸겠다는 쪽으로 움직인다.
원작의 관계 키워드도 소꿉친구, 짝사랑, 집착으로 이어진다. 캐릭터 포스터의 ‘숨긴 마음’과 티저의 질투·독점욕은 이 관계축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19년 우정이 사랑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오랜 친구라는 안정감과 한쪽이 먼저 선을 넘을 때 생기는 불안이 함께 놓여 있어 고백 이후의 반응도 중요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하절기’는 8월 웨이브 공개를 예정한 BL 학원 로맨스로, 19년 동안 떨어져 본 적 없는 소꿉친구가 숨겨온 진심을 꺼내면서 관계가 변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배윤서가 연출을 맡고 오크컴퍼니가 제작하며, 이로밀의 동명 웹소설에서 이어진 오랜 친구와 짝사랑의 구조를 영상으로 옮긴다.
결국 두 사람의 갈등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19년 동안 유지한 관계를 바꿀 수 있느냐에 가깝다. 성인호에게 고백은 오래 숨긴 감정을 끝내는 선택이고, 김도민에게 그 고백을 받아들이는 일은 가장 익숙한 친구 관계가 이전과 달라질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선택이 된다.
19년 동안 숨겨 온 마음을 먼저 꺼낸 쪽은 성인호지만, 관계가 바뀌는 순간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김도민이다. 친구라는 가장 익숙한 이름을 내려놓은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까?
포스터에서는 시선이 엇갈렸고 티저에서는 숨겨둔 마음이 말과 행동으로 밖에 나왔다. 19년 관계를 지키려던 김도민과 그 관계를 바꾸려는 성인호가 고백 이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오크컴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