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5일에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777회에서는 꿀 1kg을 얻기 위해 꿀벌이 무려 560만 송이의 꽃을 찾는다는 사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에 벌을 돌보는 사람들의 365일 정성이 더해져 비로소 귀한 꿀 한 방울이 탄생한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에게 꿀은 귀한 먹거리이자 약재였고, 달콤한 추억이 담긴 특별한 음식이었다. 이제는 좋은 꿀을 제대로 가려내고 믿고 먹을 수 있도록 벌꿀 등급제도 시행되고 있다. 꽃을 따라 벌을 따라 살아온 사람들의 수고부터 꿀단지에 담긴 달디단 추억까지, 꿀처럼 달콤한 인생 이야기를 만난다.
가을, 산중 꿀 뜨는 날 –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산내면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산내면은 지리산 자락에 기대어 오래전부터 토종벌을 키워온 마을이다. 40년 가까이 토종벌을 지켜온 김일권(62) 씨에게 가을은 일 년의 수고를 거두는 계절이다.
일 년에 단 한 번 벌집째 꿀을 거두는 토종벌 채밀. 이웃들과 함께 벌집을 으깨 고운 천에 매달면 황금빛 꿀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처음 벌을 키우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꿀은 부자지간에도 속이는 것’이라며 만류하셨단다. 그만큼 귀하고도 믿기 어려웠던 꿀. 이제는 좋은 꿀의 가치를 인정받기 바라는 마음으로 벌을 지킨다.
꿀을 얻은 날이면 이웃들의 손도 바빠진다. 출산한 딸을 위해 만들던 늙은호박꿀찜부터 집안의 상비식이었던 토종꿀 마늘절임, 명절마다 자식들이 찾는 더덕꿀 양념구이까지.
꿀단지를 몰래 열어 먹던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아낌없이 꿀을 꺼내던 마음까지, 지리산 사람들의 달디단 추억이 밥상에 담겼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 예천 양봉농가의 겨울나기와 꿀 등급제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은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산골 마을로,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을 따라 꿀벌들이 부지런히 날아드는 곳이다. 이곳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6년째 벌을 키우는 신현민(50)·권윤자(50) 씨 부부가 있다.
벌들이 겨울 채비를 시작하는 가을이면 여왕벌의 건강부터 겨울 양식까지 살피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벌들이 꽃에서 모아온 꿀은 꽃에 따라 빛깔과 향이 제각각이다.
맑고 은은한 아까시꿀부터 쌉싸래한 밤꿀, 향긋한 야생화꿀까지. 가래떡에 꿀을 찍어 먹고 토마토와 치즈에 꿀을 곁들이면 색다른 별미가 된다.
하지만 부부가 가장 속상할 때는 ‘진짜 꿀이 맞느냐’는 말을 들을 때다. 오랫동안 꿀을 둘러싼 불신이 이어져 온 가운데, 이제는 좋은 꿀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시행하는 벌꿀 등급제다. 수분 함량과 신선도 등을 검사해 품질을 판정하고, 소비자는 QR코드로 생산 이력도 확인할 수 있다.
벌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좋은 꿀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양봉 농가의 노력을 들여다본다.
내 인생의 꿀단지 – 상주 시의전서 연구가 모녀의 오래된 꿀맛 이야기




경상북도 상주시는 예부터 곶감의 고장으로 이름난 곳이다. 가을이면 처마마다 주홍빛 곶감이 내걸리는 이곳에서 옛 음식을 연구하는 노명희(67) 씨는 어머니 김종임(90) 씨와 함께 올해도 곶감을 만든다.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살아온 지 30년. 곶감을 깎다 보면 꿀단지를 몰래 열어 먹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오른다.
상주에서 전해 내려온 조선 후기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 속 음식을 되살려온 노명희 씨. 곶감에 꿀로 버무린 밤소를 넣은 건시단자와 꿀 양념을 발라 졸이는 닭구이를 만들다 보면 어머니에게 배운 손맛이 떠오른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어머니의 손끝에도 이어져 있었다. 이제 어머니에게 배운 손맛은 어머니를 위한 음식으로 돌아온다.
우족에 생강과 계피, 꿀을 넣어 굳힌 전약과 부드럽게 끓인 밤죽에는 딸의 정성이 담겼다. 평생 곁을 지켜주던 어머니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조급해진다는 노명희 씨.
어머니가 차려주던 밥상을 이제는 딸이 어머니를 위해 차린다. 모녀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오래 아껴두고 싶은 꿀단지처럼 소중하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벌에게 배우는 꿀맛 같은 인생 – 보령 양봉산물 밥상




드넓은 갯벌에 바지락이 풍성한 충청남도 보령시 주교면 은포리 마을. 이곳에는 수백만 마리의 ‘봉이’들을 자식처럼 돌보는 김홍익(69)·김민순(67) 씨 부부가 산다.
40년 가까이 꽃을 따라 전국을 누비며 이동양봉을 해온 부부에게 꿀벌은 고마운 존재다. 꿀뿐 아니라 밀랍과 화분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릴 수 없다.
이런 김민순 씨의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모습에 반해 1년 전, 오직 김민순 씨만 믿고 마을로 이사 온 사람이 있다. 바로 남일우(68) 씨다.
이제 마음 맞는 친구가 된 두 사람은 벌이 내어준 재료로 새로운 음식을 궁리한다. 밀랍을 바른 쑥인절미에 화분 콩고물을 묻힌 밀랍 화분 인절미부터 꿀고추장, 바지락과 화분을 넣은 영양밥, 수벌 애벌레 즙으로 만든 달걀찜과 웅벌장육까지.
특히 손자가 백혈병을 앓은 뒤 가족의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된 남일우 씨에게 음식은 가족을 향한 사랑이기도 하다.
남일우 씨가 가족을 위해 음식에 쏟는 마음은 벌이 내어준 재료로 차린 밥상에 담겨 있다. 이 밥상에서는 어떤 정성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을까?
꽃을 따라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꿀벌처럼, 사람도 좋은 인연을 찾아 새로운 터전을 만난다. 벌이 맺어준 인연에 서로를 향한 고마움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꿀맛 같은 밥상이 있을까?
이처럼 꿀벌이 맺어준 인연과 달콤한 밥상은 11월 5일 목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777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 1TV ‘한국인의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