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기록 회고

보통의 기록 회고

11월 9일에 방송되는 EBS1 ‘보통의 기록 회고’ 1부를 시작으로,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온 보통 사람들의 인생 고백이 공개된다. “평범한 사람은 있어도 평범한 인생은 없다”는 말처럼, 평범해 보이는 삶에도 넘어지고 버티고 다시 일어선 시간이 있다.

첫 주에는 정읍에서 진료하는 임경수, ‘로봇다리 세진이 엄마’ 양정숙, 백남준의 작품을 지켜온 이정성, 목수 유진경, 제주 돌담 장인 조환진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진다. 프로그램은 모두 30명의 삶을 기록한다.

1부. 정읍의 낭만닥터 임경수 – 11월 9일 (월)

전북 정읍의 한 시골 마을에서 주민들의 신뢰를 받는 임경수(69) 고부보건지소장은 청진기 하나로 주민들을 진료한다. 국내 응급의료의 기틀을 세운 선구자로 소개되는 그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33년간 일했다.

은퇴한 뒤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병원장 자리를 마다했다. 의료 봉사는 오래 품어온 꿈이었고, 병원은 물론 약국도 없는 농촌의 의료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2024년 11월, 시골 의사의 길을 택했다.

보건지소 2층의 작은 옥탑방에서 지내며 이웃을 진료하고 마을 사람들과 일상을 나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를 돌보던 응급실 의사는 이제 주민과 더불어 사는 시골 의사가 됐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행복’을 찾았다고 말하는 임경수의 회고가 첫 번째 이야기다.

2부. 로봇다리 세진이 엄마 양정숙 – 11월 10일 (화)

김세진은 선천성 무형성 장애로 두 다리와 오른손 손가락 세 개가 없이 태어났다. 이후 수영에 도전해 국가대표로 2016 리우올림픽 예선에 출전했다. 사람들은 그를 ‘로봇다리 세진이’라고 불렀고, 곁에는 늘 엄마 양정숙이 있었다.

양정숙은 여덟 살 딸과 함께 찾아간 보육원에서 갓난아이 세진을 만났다. 아이를 품에 안은 순간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고, 장애 아동 입양이 낯설던 시절 법원의 허락까지 구해 세진을 가족으로 맞았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의 엄마라는 이유로 차가운 시선과 편견, 차별을 견뎌야 했다. 평생 엄마의 빈자리를 안고 살았던 양정숙은 자신에게 온 아이들을 품으며 스스로 엄마가 되어갔다.

이번 이야기는 ‘세진이 엄마’라는 이름에 가려진 양정숙 자신의 삶과 한 아이를 받아들인 선택이 남긴 변화를 돌아본다.

3부. 백남준의 손, 아트마스터 이정성 – 11월 11일 (수)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의 낡은 사무실에는 브라운관과 전깃줄, 회로 기판이 놓여 있다. 그 사이에서 오래된 부품을 손보고 멈춘 화면을 다시 켜는 이정성(82)은 ‘백남준의 손’으로 불리는 기술 장인이다.

이정성은 1988년 〈다다익선〉 설치를 계기로 백남준을 만났다. 이후 20년 가까이 비디오 아트 작품의 제작과 설치, 수리를 맡으며 백남준 곁에서 일했다. 백남준이 2006년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작품을 돌보고 있다.

가난한 시골 소년으로 태어나 전축 수리공을 거쳐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의 손에는 긴 세월이 쌓였다. 거장의 이름 뒤에서 자기 일을 이어온 이정성의 삶과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는 그리움을 들여다본다.

4부. 가구를 짓는 사람, 유진경 – 11월 12일 (목)

유진경은 밥을 짓고 집을 짓듯 가구도 누군가를 위해 ‘짓는’ 것이라고 말하는 목수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삶은 IMF 시기에 흔들렸고, 생각을 잊으려 걷던 어느 날 반지하 목공소에서 풍기는 나무 향기가 발길을 붙잡았다.

마흔 살에 목공을 시작한 뒤 늦게 출발한 만큼 하루를 사흘처럼 보내며 일했다. 그러나 서두르다 손가락 하나를 잃었고, 그 일을 겪은 뒤에야 나무도 사람도 저마다의 속도를 지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무의 틈에 박힌 쐐기가 버팀목이 되듯 따뜻한 말 한마디도 사람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목공에서 배웠다. 국가무형유산 소목장 이수자가 된 지금은 ‘슬렁슬렁’ 나무와 호흡을 맞추며 가구를 짓는 유진경의 인생을 돌아본다.

5부. 제주 돌챙이 마씸 조환진 – 11월 13일 (금)

제주의 돌담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생활과 함께해 왔다. 조환진 씨는 그 돌담을 쌓는 장인, ‘돌챙이’다. 화가를 꿈꿨던 그는 여행길에서 돌담이 없는 풍경을 마주한 뒤 제주 돌담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아버지와 돌집을 지으면서 돌담 쌓는 기술을 배웠고, 한평생 돌챙이로 살아온 아버지의 고단한 삶도 이해하게 됐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미처 기록하지 못한 돌담 기술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관심은 돌을 쌓는 방법에서 그 안에 남은 삶과 문화로 넓어졌다. 무너지면 다시 쌓으며 이어온 제주 돌담에는 이웃들이 함께 살아온 지혜와 돌챙이의 세월이 담겨 있다.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을 되짚는 조환진의 회고는 한 사람이 남긴 일을 다음 세대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무너진 돌담을 다시 쌓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은 그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임경수의 시골 진료로 시작해 조환진의 제주 돌담으로 이어지는 다섯 사람의 회고는 EBS1 ‘보통의 기록 회고’ 1부가 방송되는 11월 9일 월요일 오후 5시 50분부터 13일 금요일까지 평일마다 공개된다. E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