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를 죽일 듯 증오하면서도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는 부부가 안방극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폭력과 자해로 얼룩진 ‘미러 부부’의 이야기다.
지난 15일 밤 전파를 탄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서로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버린 위태로운 부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한 차례 이별의 아픔을 겪고 운명처럼 재회해 가정을 꾸렸지만, 지금은 서로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비극적인 상황이었다.
관찰 카메라에 담긴 아내의 일상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온종일 배우자의 눈치를 살피며 잔뜩 위축된 모습이었다. 남편의 사소한 언행에도 표정이 굳었고, 작은 인기척에도 화들짝 놀랐다. 식사 자리조차 편치 않아 보였던 아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위가 경직돼 며칠씩 곡기를 끊기도 한다”라며 위장약을 털어 넣었다. 이어 “남편 때문에 몸이 망가져 사회생활조차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다량의 약을 복용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내는 연애 시절 다정다감했던 남편이 결혼 후 180도 돌변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아내는 “남편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표출한다. 주차장에서 뺨을 때린 것은 물론, 신혼 초 반려견을 집어 던지거나 침대 매트리스에 흉기를 꽂는 기행을 저질렀다”라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남편의 이러한 과격한 행동은 아내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었고, 결국 ‘정색 금지’, ‘화내기 금지’ 등의 조항이 적힌 각서까지 쓰게 만들었다.
영상을 분석한 오은영 박사는 남편의 대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사소한 상황에서도 남의 탓을 하는 습관이 반복되면서 아내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아내가 엄격한 부친 슬하에서 성장한 배경 탓에 남편의 비판적인 태도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음을 시사했다.
남편의 또 다른 문제점은 ‘회피’ 성향이었다. 아내가 잘못을 지적하면 무조건 “그런 적 없다”라고 부인부터 한 뒤, 나중에야 말을 바꾸며 변명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트라우마를 유발한 행동을 부정하면, 피해자는 그 공포가 재현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떤다. 아내는 남편에게서 과거 아버지와 같은 절망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러나 스튜디오를 술렁이게 한 반전이 드러났다. 피해자인 줄 알았던 남편 역시 아내를 공포의 대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남편은 “금연 문제로 다투던 중 아내가 흉기로 자신의 허벅지를 찔렀다. 이혼 이야기를 꺼내자 기둥에 머리를 찧는 등 수차례 자해 소동을 벌였다”라고 고백해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의 눈치를 보던 평소와 달리 갈등 상황에서는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들었다. 남편은 “내가 실수 하나를 하면 아내는 몇 시간이고 추궁한다. 아내가 너무 무섭다. 마치 감옥에 갇혀 옥죄이는 느낌이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듯 답답하다”라고 호소했다.
두 사람은 극단적인 행동뿐 아니라 그 명분마저 꼭 닮아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정신 차리고 그만둘까 싶어서”, 아내는 “남편의 공격을 멈추기 위해서”라고 각각 항변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남편의 위협은 명백한 폭력이고, 아내의 자해 역시 폭력이다.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 똑같다. 누가 더 폭력적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단호하게 진단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게는 회피 대신 인정을, 아내에게는 남편이 수긍할 때 비난을 멈출 것을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미러 부부’는 이를 적극 수용하며 변화를 다짐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사랑이 남아있었다. 아내는 “남편과 헤어지면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간절하다”라고 눈물을 흘렸고, 남편 역시 “미울 때도 있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사랑한다는 진심만은 알아달라”라고 화답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