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연이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 힘을 뺀 생활 연기로 진해주의 현실적인 직장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공은태와 오랜 입사 동기인 진해주는 농담을 툭 던지다가도 그가 애써 감추는 피로와 외로움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인물이다.
농담으로 다가가는 오랜 입사 동기

진해주는 공은태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건네면서도 그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핀다. 회사 안에서는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속내를 편하게 꺼낼 수 있는 동기이자, 필요할 때는 따끔한 말을 건네는 술친구로 공은태 곁을 지킨다.
옥자연은 이런 관계를 과장된 몸짓이나 감정 표현보다 자연스러운 말투와 호흡으로 풀어낸다. “우리 공팀장님은 참 자세가 발라. 회사 7년 다녔으면 척추측만은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농담과 “술이나 한잔하자”라는 무심한 제안은 오래 함께 일한 사람 사이의 편안함을 드러낸다.
진해주가 던지는 말은 장난처럼 들리지만 공은태의 회사 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반응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누구보다 오래 버티고 성실하게 일해온 공은태의 자세와 생활 습관을 가볍게 놀리면서도, 그 안에 쌓인 피로까지 자연스럽게 짚는다.
“일만 잘되면 괜찮다고 네가 힘들잖아”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도 팀원들과 쉽게 섞이지 못한 채 겉도는 공은태의 상황도 진해주는 놓치지 않는다. 공은태가 자신의 처지를 크게 문제 삼지 않으려 할수록 진해주는 한발 더 들어가 그의 속마음을 확인한다.
공은태가 “실적 나오고 일만 잘 돌아가면 괜찮은 거 아닌가”라고 말하자 진해주는 “일만 잘되면 괜찮다고 네가 힘들잖아”라고 받아친다. 일의 결과만 괜찮으면 자신의 감정은 뒤로 미뤄도 된다고 생각하는 공은태에게, 정작 힘든 사람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바로 짚어주는 대목이다.
이어 “회사 다니다 득도하겠다”는 말로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다시 풀어낸다. 걱정을 진지한 잔소리로만 전달하지 않고 웃음으로 돌려 말하는 방식이 진해주의 성격과 두 사람의 오래된 관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옥자연은 이런 대사의 온도를 조절하며 진해주를 단순한 조력자에 머물지 않게 만든다. 공은태의 고단함을 대신 설명하는 인물이 아니라, 농담과 현실적인 충고를 오가며 그가 스스로 감정을 돌아보게 만드는 동료로 존재감을 쌓는다.
이준혁과의 호흡에서도 두 사람이 오랜 입사 동기라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필요한 설명을 길게 붙이지 않아도 편하게 말을 끊고 받아치는 대화가 이어지고, 서로의 상태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반응이 실제 직장 동료 같은 관계성을 만든다.
윤영빈 감독은 진해주에게 ‘따뜻함’이라는 정서를 부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작품 안에서 진해주가 공은태에게 건네는 따끔한 충고와 술 한잔 제안, 속내를 알아채는 대사가 모두 이 따뜻함이라는 성격과 맞닿아 있다.
‘마인’·’슈룹’과 다른 생활 밀착 연기

옥자연은 앞서 ‘마인’, ‘슈룹’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들을 소화해왔다. 이번에는 힘을 덜어낸 말투와 회사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동료의 표정, 익숙한 농담을 앞세워 생활감 있는 직장인 캐릭터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 진해주는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공은태에게 따끔하면서도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극의 현실감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공은태의 로또 당첨 자체보다 그가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진해주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옥자연은 진해주를 통해 현실적인 대화와 관계를 살리면서 공은태의 회사 생활에 웃음과 공감을 보태는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 생활감 넘치는 직장인 캐릭터를 과장 없이 소화하며 또 다른 연기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강한 캐릭터보다 힘을 뺀 일상 연기로 돌아온 옥자연의 진해주는 공은태의 속내를 가장 편하게 끌어내는 동료라는 점에서 선명하다. 오랜 입사 동기의 농담과 걱정을 함께 담아낸 이 호흡이 앞으로 직장 안에서 어떤 관계의 변화를 더 보여줄까?
능청스러운 농담과 따뜻한 충고를 오가는 진해주는 옥자연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맞물리며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현실적인 회사 풍경을 단단하게 채우고 있다.
사진 : TVING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