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LL이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 미디어완(Mediawan)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드라마 IP ‘리메이크’를 추진한다. 양사가 보유한 스크립트 콘텐트를 각 지역의 문화와 시청자 정서에 맞게 다시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공동제작까지 확장하는 것이 이번 협력의 핵심이다.
뤼미에르 서밋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SLL은 9월 7일 월요일 프랑스 생폴드방스(Saint-Paul-de-Vence)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The Lumière Summit)에 한국 콘텐트 제작사 대표 기업 중 하나로 참석했다. 현장에서 미디어완과 콘텐트 IP의 상호 현지화와 공동제작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각자가 보유한 드라마 포맷을 검토해 한국과 유럽에서 다시 만들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찾는다. 한국 작품을 유럽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거나, 유럽 작품을 한국 시청자의 정서와 문화적 배경에 맞춰 리메이크하는 양방향 방식이다.
단순히 원작을 번역하거나 배경만 옮기는 수준의 협력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각 지역에서 축적한 제작 경험과 창작 역량을 활용해 원작의 핵심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과 배경, 이야기 구조를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양사의 창작·제작 역량과 지역 네트워크를 결합한 글로벌 공동제작도 함께 추진한다. 이미 보유한 IP뿐 아니라 새로운 오리지널 기획까지 대상으로 삼아 한국과 유럽의 문화적 특색을 작품에 담으면서 여러 국가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트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드라마 IP를 서로의 시장에서 다시 만든다
협력의 중심은 드라마를 비롯한 스크립트 콘텐트다. 양사가 각자 확보한 작품 목록을 살펴 유럽에서 경쟁력이 있을 한국 드라마와 한국에서 새롭게 선보일 수 있는 유럽 작품을 찾고, 실제 리메이크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후보를 추린다.
SLL과 미디어완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축적한 제작 역량도 이번 협력의 중요한 기반이다. SLL은 콘텐트 기획과 개발, 제작, 투자, 글로벌 유통을 이어가는 제작 체계를 갖췄고, 미디어완은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제작사와 배급사, 콘텐트 브랜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완은 프랑스를 기반으로 5개 대륙 15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며 약 100개의 제작사를 아우르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 여러 시장의 제작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IP의 유럽 현지화에도 폭넓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두 회사의 협력은 한 지역에서 이미 성공한 콘텐트를 다른 지역에 판매하는 방식보다 앞선 단계에서 시작한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서로의 창작 인력과 제작 환경을 연결하면 원작의 장점을 살린 리메이크는 물론, 처음부터 한국과 유럽 시장을 함께 바라보는 작품도 기획할 수 있다.
구체적인 리메이크 작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양사는 앞으로 각자의 드라마 카탈로그와 신규 기획을 검토해 실제 제작으로 이어질 후보를 찾고 프로젝트별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예능·다큐·애니메이션까지 협력 확대
협력의 출발점은 스크립트 시리즈지만 장르를 드라마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예능과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양사가 강점을 가진 다른 분야에서도 공동개발과 제작 가능성을 살펴볼 방침이다.
미디어완은 드라마 외에도 예능과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제작·유통 역량을 갖추고 있다. SLL 역시 스크립트와 비스크립트 콘텐트 영역을 아우르고 있어 양사의 협력이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면 여러 장르에서 한국과 유럽 제작진이 만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오리지널 또는 기존 IP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대상을 제한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검증된 작품을 새로운 시장에 맞게 현지화할 수도 있고, 양사 창작진이 새로운 소재를 함께 개발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수도 있다.
지역적 색을 지운 무국적 콘텐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한국과 유럽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작품 속에 살리면서도 다른 국가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인물을 개발해 여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유럽 창작 역량 결합
뤼미에르 서밋에 참석한 SLL 박준서 대표이사는 “미디어완은 유럽의 제작 역량과 다양한 장르의 IP를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양사가 보유한 콘텐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발굴하고, 한국과 유럽의 창작 역량을 결합한 경쟁력 있는 글로벌 IP를 선보일 수 있도록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강조한 핵심은 이미 보유한 콘텐트의 새로운 가능성과 양쪽 창작 역량의 결합이다. 드라마 리메이크로 서로의 시장을 두드리는 동시에 한 단계 더 나아가 한국과 유럽 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글로벌 IP까지 발굴하겠다는 의미다.
미디어완 공동 창업자 겸 CEO 피에르-앙투안 캅통(Pierre-Antoine Capton)은 “세계 콘텐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시청자들은 독창적 정체성과 지역적 뿌리, 그리고 보편적 공감대를 갖춘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Call My Agent!)’, ‘미라큘러스(Miraculous)’, ‘소년의 시간(Adolescence)’, ‘백룸(Backrooms)’, ‘슬로 호시스(Slow Horses)’ 등과 같은 작품이 전달하는 이야기에 끊임없이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완이 창작자와 스토리텔링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는 동안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으며, SLL과의 파트너십을 계기로 한국과 유럽 사이 창의적 협력과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캅통 CEO가 언급한 작품들은 지역의 색과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여러 시장에서 시청자를 만난 사례들이다. 이번 파트너십 역시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영향력과 유럽의 제작 네트워크를 연결해 지역에 뿌리를 둔 이야기를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한·유럽 영상산업 협력의 접점
미디어완은 프랑스를 기반으로 유럽 여러 지역의 제작사와 배급사, 콘텐트 브랜드를 아우르는 미디어 그룹이다. 드라마를 비롯해 예능과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에서 제작과 유통 역량을 쌓아왔다.
이번 MOU가 체결된 뤼미에르 서밋은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린 영화·영상산업 국제 정상회의다.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의장국을 맡았고 50여 개국 200여 명의 정부와 기업, 공공기관 관계자와 창작자들이 참석해 영화와 영상산업의 미래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서밋에서 논의된 국제 공동제작과 창작 네트워크 확대가 SLL과 미디어완의 기업 간 협력으로도 이어졌다. 완성된 작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IP 선정과 기획, 개발, 제작 단계에서부터 한국과 유럽이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사가 각자의 드라마 목록을 살펴 첫 번째 리메이크 후보를 고르는 순간부터 이번 협약의 실제 성과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국과 유럽을 오갈 첫 ‘리메이크’ IP는 어떤 작품이 될까?
SLL과 미디어완은 드라마 IP의 한국·유럽 현지화와 리메이크를 우선 검토하고, 창작·제작 역량과 지역 네트워크를 결합한 글로벌 공동제작 프로젝트도 단계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사진 : S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