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까지 이상이는 자신이 오랫동안 쫓아온 킹피셔를 향한 집념을 놓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하나의 목표를 품고 달려온 형사의 마지막 선택과 이를 연기한 이상이의 종영 소감은 ‘유부녀 킬러’가 이어온 추격전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이제 다 끝났어, 킹피셔”
특히 마지막 회에서 이상이는 이엘리야를 향해 “이제 다 끝났어, 킹피셔”라고 말하며 오랫동안 이어온 킹피셔 추적의 끝을 알렸다. 사건이 종결되는 순간이었지만 이상이의 표정에는 모든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안도감만 남아 있지 않았다.
말없이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과 오랜 추적 끝에 찾아온 복잡한 감정이 함께 담겼다. 이상이는 대사보다 시선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로 긴장을 이어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킹피셔는 이상이가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만든 이유와도 맞닿아 있었다. 부모를 살해한 장은학을 오랜 시간 추적했고, 복수할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조차 사적 제재가 아닌 형사로서의 신념을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이상이는 분노와 복수심을 억누르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은학이 죽은 뒤에는 기쁨을 느끼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후 다시 킹피셔를 쫓겠다는 의지를 세우면서 인물이 가진 모순된 감정을 드러냈다.
승진과 표창 대신 자신의 자리
극의 말미에는 킹피셔 사건이 종결된 뒤 이상이가 승진과 표창을 거절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킹피셔의 정체를 덮어둔 채 특별한 보상을 받는 대신 묵묵히 원래 자리로 돌아간 선택이었다.
오랫동안 킹피셔를 잡겠다는 목표 하나로 살아왔지만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그의 삶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이상이는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형사로서 자신의 일을 계속하는 방향을 택했다.
화려한 승진이나 표창보다 수사를 이어가는 일상으로 돌아간 결말은 작품 전반에 걸쳐 이상이가 보여준 원칙과도 맞닿았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며 답을 찾아가는 태도가 마지막까지 유지됐다.
이상이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어 기쁘다”
다음은 이상이의 일문일답.
Q. ‘유부녀 킬러’ 종영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시청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재밌게 찍은 작품을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동진이는 극 중 동진이의 말처럼 본인의 일을 하면서 잘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유부녀 킬러’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A. 멀티플렉스 상영관처럼 액션, 추격, 가족, 로맨스 장르가 모두 있는 복합문화공간 같은 작품이었기에 이 점을 사랑해 주신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멈추지 않는 생각과 눈빛에 신경 썼다”
Q. 이동진을 연기하기 위해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 동진의 멈추지 않는 생각, 눈빛, 수사 과정을 잘 표현하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동진은 수십 년간 부모님의 살해범을 죽인 킹피셔를 잡고 싶어 한 인물이다 보니 가만히 있을 때도 머릿속으로 킹피셔를 쫓고 있는, 그래서 평소에도 머릿속에 킹피셔가 가득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Q. 배우 이상이와 이동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꼽는다면?
A. 동진이가 ‘킹피셔를 내 손으로 잡겠다’라는 목표를 잡고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처럼, 하나의 목표를 잡고 끝까지 나아가려는 뚝심이 닮은 것 같고요. 저는 평소에 장난기가 많은 편인데 동진은 진지하고 진중한 편이라 이 부분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관통한 이상이의 연기 역시 이 설명과 맞닿아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 작은 단서를 쫓을 때뿐 아니라 아무 말 없이 상황을 바라볼 때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반갑다. 킹피셔”
Q.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궁금합니다.
A. 킹피셔가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음을 알아챘을 때 했던 “반갑다. 킹피셔”라고 했던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킹피셔를 원망하고, 보고 싶고, 잡고 싶은 마음이 모두 담긴 한마디였다고 생각합니다.
첫 등장 당시 이상이는 저격 현장의 흔적을 추적하며 킹피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빠르게 알아챘다. “반갑다. 킹피셔”라는 짧은 한마디는 단순히 범인을 다시 발견했다는 반가움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진 집념과 원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사였다.
마지막 회의 “이제 다 끝났어, 킹피셔”는 이 첫 대사와 맞물리며 긴 추적의 처음과 끝을 연결했다. ‘반갑다’로 시작했던 추격이 ‘다 끝났어’라는 말로 닫혔지만, 이상이가 보여준 표정에는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는 감정이 남았다.
부모 살해범과 마주한 장면
Q.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도 함께 꼽는다면?
A. 9∼10회에서 부모님을 살해한 장은학과 동진이 마주했던 순간, 범인을 봤을 때 동진이 느꼈을 복잡미묘한 감정을 담으려 했는데 시청자분들께도 이 부분이 잘 전달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또, 장은학을 추격했을 때 동진이의 과거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보니 더욱 애착이 갔는데요. 동진이에게 아주 중요한 신이기도 하고, 비 때문에 촬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추격전이다 보니 달리기도 꽤 많이 했어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해당 장면에서 이상이는 부모를 죽인 범인을 마주한 개인적인 분노와 법을 지켜야 하는 형사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했다. 총을 겨누고도 직접 복수하지 않는 선택을 한 뒤 장은학이 죽자 기쁨과 수치심을 동시에 드러내며 인물이 품고 있던 상처를 한꺼번에 꺼냈다.
“지독한 추격전 같은 작품”
Q. 드라마 ‘유부녀 킬러’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궁금합니다.
A. 지독한 추격전 같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동진이는 처음부터 킹피셔를 쫓고, 킹피셔라 추정되는 사람을 잡았지만, 그래도 킹피셔를 계속 쫓고 있는 것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지독한 추격전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Q. 그동안 드라마 ‘유부녀 킬러’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한마디.
A. 드라마 ‘유부녀 킬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진이는 쉬지 않고 수사할 텐데요. 동진이의 열정처럼 시청자분들도 지치지 말고,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이에게 ‘유부녀 킬러’는 범인을 잡으면 끝나는 단순한 추격극이 아니었다. 한 사람을 수십 년간 움직이게 만든 집념과 상처,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선택이 끊임없이 이어진 이야기였다.
마지막에 이상이가 승진도 표창도 받지 않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그다운 결말로 남았다. 킹피셔 사건은 종결됐지만 “쉬지 않고 수사할 것”이라는 이상이의 설명처럼 그의 추격은 또 다른 사건을 향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사진 : 초록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