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4일에 방송된 KBS1 ‘송캠프 바다 건너 아리랑’ 2회에서는 바다가 프랑스 퐁텐블로 궁전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100일간 준비한 음악 여정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파리 루프톱에서 울린 뱃노래
중국이 조선족의 아리랑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던 사례가 다시 거론되는 가운데, 바다가 프랑스 현지에 우리 소리를 직접 알렸다는 점에도 관심이 모였다. 아리랑은 2012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대표 민요이기도 하다.
바다는 파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갤러리 라파예트 루프톱에 올라 민요 ‘뱃노래’와 ‘자진 뱃노래’를 들려줬다. 이어 S.E.S.의 히트곡 ‘Dreams Come True’를 부르며 한국의 전통 소리와 자신이 오랫동안 불러온 대중가요를 한자리에서 선보였다.
공연을 지켜보던 해외 교민 여성 팬은 노래를 듣다가 눈물을 흘렸다. 그는 바다 곁으로 다가와 ‘Dreams Come True’를 함께 불렀고, 계획에 없던 합동 무대가 만들어졌다. 가수와 팬이 함께 노래하는 모습은 이날 파리 공연에서 눈길을 끈 장면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만난 옛 스승
이후 바다는 프랑스 정부 인증 예술교육기관인 ‘라 마뉘팍튀르 샹송’에서 전문 지도자에게 샹송을 배웠다. 현지 음악을 직접 익힌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과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했던 때를 떠올렸다.
대성당에서는 제작진이 준비한 뜻밖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가 약 20년 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역을 준비할 때 노래를 가르쳤던 보컬 트레이너 마이클이 나타난 것이다. 당시 바다는 원작의 음악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를 찾은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마이클과 마주한 바다는 반가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반기며 지난 시간을 떠올렸고, 바다는 스승 앞에서 ‘아리랑’을 직접 불렀다. 예전에 프랑스 음악을 배우던 제자가 이번에는 한국 민요를 들려주는 자리였다.
마이클은 “가수 바다는 유명인이었지만 인간적이었고, 발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고 섬세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바다의 노래뿐 아니라 배우려는 태도까지 기억하고 있던 스승의 말에 재회의 의미가 더해졌다.
파리 가정식 레스토랑의 아리랑
다음으로 바다는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전문 샹송 가수가 손님들과 노래로 소통하는 파리의 가정식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는 현지 손님들 앞에서 한국 민요 ‘아리랑’과 프랑스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대표곡 ‘사랑의 찬가’를 차례로 선보였다.
앞서 샹송을 배웠던 바다는 프랑스 노래를 손님들에게 직접 들려주며 공연을 이어갔다. 한국 민요와 현지에서 사랑받는 샹송이 같은 공간에 울려 퍼지자 손님들도 박수와 호응으로 화답했다. 두 나라의 노래를 함께 들려주려던 바다의 시도가 식당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마리우스 피바로와 나눈 음악 이야기
마지막 협업 상대는 샹송과 재즈, 포크를 넘나드는 프랑스 뮤지션 마리우스 피바로였다. 두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함께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바다는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채 갑자기 몸을 돌려 앉아 복근 운동을 하기 시작해 마리우스를 놀라게 했다.
바다는 “우리 소리의 근본은 뱃심”이라며 노래할 때 배에 힘을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마리우스도 곧 바다를 따라 복근 운동을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운동하는 모습에 진지하던 음악 작업 현장이 잠시 웃음으로 가득 찼다.
이어 두 사람은 각자가 음악을 시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바다는 “저에게 처음 음악을 알려주신 분은 소리꾼이셨던 아버지”라며 “아버지가 완도 출신이신데, 그래서 제 이름이 ‘바다’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처음 소리를 배운 기억이 이번 작업에서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음악가 집안에서 자랐다는 마리우스도 자신의 이름이 라틴어로 ‘바다’를 뜻한다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이어 “우리는 친구가 될 운명이야”라고 말하며 서로에게 웃음을 보였다.
퐁텐블로 궁전 정원의 마지막 무대
음악 여정의 마지막 공연은 퐁텐블로 궁전 정원에서 열렸다. 공연을 앞둔 바다는 “마치 ‘어서 와 바다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파리에서 여러 무대를 거쳐온 바다는 이곳에서 그동안 준비한 노래를 들려줄 차례를 맞았다.
한복을 입은 바다는 마리우스와 함께 프랑스 샹송 ‘사랑의 찬가’에 한국 민요 ‘아리랑’을 엮어 공연했다. 무대에는 현지 합창단도 함께해 두 나라의 음악인이 같은 노래를 완성했다. 노래를 끝낸 바다는 공연 내내 참아왔던 눈물을 쏟았다.
바다는 “시작할 땐 책임감과 걱정이 많았지만, 언어가 다르고 다른 나라에 살아도 진심으로 부르면 마음이 연결된다는 것을 확신했다”며 “우리의 아리랑은 세계적이다. 우리가 만난 프랑스 분들 모두 아리랑을 가슴에 담아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리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노래했던 경험을 돌아본 말이었다.
바다가 처음 내세운 우리 소리의 힘은 마리우스와 현지 합창단이 함께한 퐁텐블로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울려 퍼졌다. 서로 다른 언어로 노래해온 음악인들이 ‘아리랑’을 함께 부른 이 무대는 어떻게 기억될까?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