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3일에 방송된 SBS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6회에서는 김지원이 46년 동안 머릿속 총알 파편으로 고통받아 온 하성광의 고위험 수술을 맡기로 한 이야기가 공개됐다.
전쟁터에서 만난 소년 바라카
김지원과 세상을 떠난 소년 전지온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내전 국가 라고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던 김지원은 한 군인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지만, 전지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났다.
전지온은 김지원에게 ‘당신이 신의 손이라 불리는 닥터X가 맞냐’고 물었다. 이어 동생 전아이샤가 총에 맞았다며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김지원은 소년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전아이샤를 구하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속으로 함께 뛰어들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전지온과 김지원이 어떻게 처음 인연을 맺었는지 드러난 장면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동생을 구하려는 소년의 모습과 그를 따라 전장으로 향한 김지원의 선택이 그려졌다.
46년 동안 머릿속에 남은 총알
이야기는 현재의 구서대병원으로 돌아왔다. 김지원이 새롭게 맡은 환자는 무려 46년 동안 과거의 총상과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아 온 하성광이었다.
하성광은 40여 년 전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피해자였다. 당시에는 의료 기술의 한계로 머릿속에 박힌 총알 파편을 제거할 수 없었다. 결국 파편을 그대로 둔 채 살아왔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련과 발작,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신체적인 고통이 전부는 아니었다. 하성광은 환상과 환청까지 겪으며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총상을 입은 날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그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다.
구서대병원 의사들은 수술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다 사회적인 관심도 큰 환자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쉽게 수술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었지만, 김지원만은 달랐다. 그는 모두가 주저하는 고위험 수술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형을 잃은 죄책감과 수술 거부
문제는 수술 자체만이 아니었다. 과거 진료 자료가 모두 소실된 상황에서 하성광은 검사조차 거부하며 마음을 굳게 닫고 있었다. 김지원은 이정은, 김우석, 이진희와 함께 환자를 직접 찾아가 설득에 나섰다.
하성광에게는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사연이 있었다.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그는 형만 따르던 어린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형을 잃었고,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그리움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
그는 “모든 게 다 내 잘못이다. 죽는 건 편한 것 같으니 이렇게 아프게 사는 걸로 값을 치르고 싶다”라는 말을 남긴 뒤 오랜 시간 입을 닫았다. 형의 죽음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스스로에 대한 벌로 여긴 것이다.
진통제에 의존해 살아가는 하성광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그가 다시 삶의 희망을 찾기를 바랐다. 김지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가능성도 없다”라는 말로 환자의 마음을 두드렸고, 마침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했다.
죽은 형의 환영을 놓지 못한 환자
하지만 검사 이후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하성광의 뇌 CT 영상을 확인한 김지원은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머릿속에 남은 총알 파편과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김지원은 이번 수술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성광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던 중에는 그가 세상을 떠난 형의 환영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챘다. 김지원은 “중요하실 것 같다”라며 수술을 받으면 더 이상 형의 환영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동안 하성광에게 형의 환영은 단순히 괴로운 증상만은 아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형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머리의 손상에서 비롯된 증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성광은 다시 수술을 거부했다.
환자가 느끼는 상실감을 마주한 김지원은 라고타에서 만났던 전지온을 떠올렸다. 그는 수술을 강요하는 대신 하성광이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했다.
병원 옥상 난간에서 벌어진 위기
그날 밤 하성광이 갑자기 병실에서 사라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우석과 이진희는 CCTV를 확인한 끝에 그가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다급하게 뒤를 쫓았다.
옥상 난간 끝에 위태롭게 서 있던 하성광은 과거 사건의 기억이 되살아나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두 사람이 급히 뒤따라갔지만 하성광은 오래전 겪은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김지원은 절박한 마음으로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모두가 수술을 꺼렸던 환자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하성광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야기가 끝났다.
46년 동안 머릿속 총알 파편을 안고 살아온 하성광에게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보다 형을 다시 잃는다는 생각이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병원 옥상에서 위기를 맞은 하성광의 모습은 어떤 장면보다 깊은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까?
사진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