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에 방송되는 EBS1 ‘AI 드라마 부활수업’에서는 근대 철학의 거인, 바뤼흐 데 스피노자가 부활한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현자가 아니라, 재앙의 밤에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방법을 직접 보여주는 한 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1672년 헤이그의 재앙의 밤

1672년 8월 20일 밤, 네덜란드 헤이그의 하숙집 방. 원고 뭉치와 렌즈 깎는 도구, 유리 가루가 놓인 책상 앞에서 서른아홉의 철학자가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켠다. “바뤼흐 데 스피노자입니다. 조금 전, 제 집주인이 집 문을 잠갔어요.”
그날 헤이그에서는 공화국을 이끌던 요한 더빗과 그의 형 코르넬리스 더빗 형제가 군중에게 참혹하게 살해됐고, 창밖으로는 멀리 횃불과 웅성거림이 새어 든다. 뛰쳐나갔다가는 자신마저 위험할까 봐 집주인이 집 문을 잠근 그 밤, 스피노자는 분노로 떨리는 손을 그대로 둔 채 이야기를 시작한다.
〈AI 드라마 – 부활수업〉은 역사적 인물을 AI 기술로 디지털 복원해, 그들이 카메라 앞에 앉아 남겼을 법한 영상 메시지를 구현한 프로그램이다. 철학자가 현대인의 고민을 상담하는 ‘철학자들의 인생상담’으로 되살아난 스피노자는, 생애에서 가장 격렬했던 ‘재앙의 해’의 그 밤에 카메라를 켠다.
코나투스로 이해하는 감정의 법칙

스피노자 편의 부제는 ‘렌즈 깎는 철학자의 감정수업’. 스피노자는 카메라 앞에서 ‘감정에 휘둘려 본 적 있느냐’고 먼저 묻는다. 머리로는 다 아는데 몸이 먼저 떨리는 그 마음을, 그는 한탄하거나 저주하는 대신 이해하려 한다.
우리 안에는 계속 살아가려는 힘 ‘코나투스’가 있고, 그 힘이 커지면 기쁨, 줄어들면 슬픔일 뿐이며, 감정에도 원인과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스물세 살에 유대 공동체에서 파문당하고 회당 앞에서 칼에 찔릴 뻔했던 그날 이후, 슬픔이 찾아오면 그 원인을 또렷이 들여다보는 16년의 수련을 그는 담담히 꺼내 놓는다. 원인을 이해하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나를 휘두르는 정념이기를 멈춘다는 것이다.
슬픔 한가운데서 찾은 평온
스피노자가 다다른 평온은 슬픔이 사라진 자리가 아니었다. 렌즈가 풍경을 바꾸지는 못해도 또렷이 보여주듯, 이성도 슬픔을 없애주지는 못한다는 것. 다만 슬픔과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을 이해할 때 생겨나는 고요한 기쁨이 끝내 슬픔을 밀어낸다는 것이다.
평온이란 슬픔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슬픔 한가운데서도 또렷이 보는 것이다. 학살의 밤, 손을 떨면서도 ‘이해하기를 멈추지 않겠다’던 354년 전의 철학자가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이 말은, 세 세기를 건너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원전과 학술 자문으로 재구성한 스피노자

바뤼흐 데 스피노자 편의 대사와 사유는 《에티카》와 《정치론》 등 스피노자가 남긴 저작을 토대로, ‘코나투스’와 기쁨·슬픔의 정의, 더빗 형제 학살을 둘러싼 당대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김은주 교수의 학술 자문을 거쳐 스피노자의 사상과 생애, 역사적 맥락과 사실관계를 검증했다.
AI가 대사를 자유롭게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과 전문가 자문, 인간 작가의 집필을 거친 내용을 AI 기술로 시청각화하는 〈AI 드라마 – 부활수업〉의 제작 원칙은 스피노자 편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원전과 학술 자문을 거쳐 재구성된 이야기는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려 했던 스피노자의 생각을 담고 있다. 재앙의 밤에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켠 스피노자는 오늘의 시청자에게 어떤 답을 들려줄까?
〈AI 드라마 – 부활수업〉은 차세대 제작 프로세스로, 역사적 인물을 AI 디지털 복원 기술로 되살려 그들이 남겼을 법한 영상 메시지를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가운데 ‘철학자들의 인생상담’은 철학자가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고민에 답하는 코너로, 고독을 사유한 쇼펜하우어에 이어 이번에는 감정에 휘둘리는 마음을 다룬 스피노자가 AI로 되살아나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인물마다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하루를 배경으로, 시대를 초월한 질문이 전달되며, 각 에피소드마다 전문가 고증·학술 자문을 거쳐 제작된다. 스피노자가 전하는 ‘렌즈 깎는 철학자의 감정수업’은 11월 1일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EBS1 ‘AI 드라마 부활수업’에서 공개된다.
사진 : EBS